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랏일을 걱정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요, 어지러운 시국을 가슴 아파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요,

옳은 것을 찬양하고 악한 것을 미워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다 - 다산 정약용 (작가의 말중에서)

 

조정래 선생의 신작을 읽었다.

동물의 왕국을 연상하게하는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은 혼돈의 극을 달한다.

 

어차피 수컷들이란 으레 시기하고, 질시하고, 견제하고, 뒷다리 걸고, 으르렁거리고, 드러다 안되면 치고받고 하는것 아니더냐.

그게 피할 수 없는 수컷들의 사회생활이라는 거고, 수컷들의 비애고 서글픔이고 운명인거지, 그걸 거창하게 미화시켜서 역사라고도 했지.

수컷들의 긴 세월에 걸친 큰 싸움판, 그게 역사라서 history라 했고, 그건 his story에서 s하나가 생략되어 합해진 말이라 - P.67

 

강한 수컷들의 싸움판을 연상시키는 책을 읽으면서, 조정래 선생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찾지 못하다가,

작가의 말을 통해 선생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찾아냈다.

선생이 쓴 이야기는 재미있다.

업계 2위인 일광그룹 소속 강기준 실행총무가 비자금 문제로 실형을 살고 나온 그룹 총수로부터, 라이벌인 일류 태봉그룹처럼 ‘회장 직속 정보 조직체’

를 꾸리라는 특급 지령을 받는다. 이에 자신의 대학 선배이자 태봉그룹의 1급 첩보원인 박재우를 스카우트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만져보지도 못했던 단위의 돈들이 왔다갔다한다.

너무나 큰 돈이라 내게는 현실성이 없다.  로얄패밀리가 아닌, 골드패밀리들의 삶이 부럽다가도,

그들에 입에서 나오는 저속한 단어들은 골드패밀리라는 단어를 이그러뜨린다.

거기에 로얄패밀리라는 일광그룹의 남회장은 어떠한가? 

 

구구팔팔이삼사 - 아흔아홉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삼일만 앓고 떠나간다 P.116

 

9988234를 생각하면서, 자신만의 왕국을 차리려는 사람.

돈으로 못할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여기는 사람.

책은 끊임없이 이들의 이권다툼과 정제계의 비리커넥션을 이야기한다.

얼마전 종용한 <자이언트>라는 드라마와 똑같다. 그런데 이렇게 큰 단위의 돈들이 오고가는지는 몰랐다.

소설은 소설일 뿐이다라고 말할 수 없음은 이 소설속 내용이 현실에서 재현되기 때문이다.

 

동남아로 골프여행을 떠나는 사람들과, 외화를 막기위해서 농지에 골프장을 짓겠다는 정부.

그들은 이야기한다. 왜 농지에 만들어지는 골프장은 안되교, 동남아로 골프여행을 가는지 말이다.

하지만, 다행이게도 선생은 이런 비리만을 이야기하는 것이아니다.

골드패밀리는 대표하는 윤성훈, 박재우, 강기준과 함께, '경제혁명'을 외치는 이들이 있으니 말이다.

전직검사인 전인욱과 해임교수 허민.

 

투표가 피 흘리지 않고 민주주의를 계속 신장시켜 나갈 수 있는 '정치혁명'이듯이, 우리가 단결한 불매운동은 기업들과 우리들이 모두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경제혁명'이다.

감기 고뿔도 남 안준다는 말이 있다. 하물며 왜 재벌들이 당신들에게 돈을 주겠는가. 모기도 모이면 천둥소리 내고,

거미줄도 수만 겹이면 호랑이를 묶는다. 조상들의 일깨움이다.  국민, 당신들은 지금 노예다 -P.327

 

전인욱과 허민이 처음부터 자발적인것이 아니더라도, 그런 인물들이 있음은 감사한 일이다.

그들에게 뻗치는 그림자또한 무사히 넘어가길 바라지만, 뒷 이야기는 독자의 몫이다. 어떤것을 원하든지 말이다.

이런 세세한 일들을 선생은 어떻게 알았을까 조금은 궁금해지지만, 상류사회의 묘사적 해체를 통한 풍자를 할 수 있는,

누군가의 말처럼 크리넥스가 아닌 두루마리휴지를 풀듯 글을 써내려가는 선생과 동시대를 살고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재밌지만, 어려운 이글을 통해서,

해설에 쓰여진것처럼 이 멋진 작품 하나를 통해서 이 세계의 본질을 깨닫게 되었다고 믿을 수 있을 만한 그런 대표성있는 글을 읽었으니 

그것으로 족하다.

그럼에도 이 아픈 머리는 너무나 안일하게 살아온 나의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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