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산드라의 거울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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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향에서 연주하는 베토벤의 <전원교향곡>을 듣고 왔다.
뭔가와 연결이 되지 않다가, 베르베르가 <전원교향곡>을 들으면서 글을 썼다는 마지막 작가의 말을 떠올리면서, 그가 들었다는 음악들을 찾아서 듣기 시작했다.  주세페 베르디의 <나부코>와 <레퀴엠> 그리고 모차르트의 <레퀴엠>까지.  장송곡을 들으면서 그가 느꼈던 감정들이 어땠을까를 떠올려본다.  각기 다른 색깔의 곡들이 어떤 부분과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게 한다. 개선문과 같은 장송곡의 분위기인 베르디의 <레퀴엠>과 장송곡의 스탠다드같은 모차르트의 <레퀴엠>베르베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미래의 모습이 이런건 아니었을까하는 혼자만의 생각을 해본다.

 

노인이 죽기 직전, 천사는 그의 이마에 손가락을 대놓고 이렇게 말한다. <이 지나간 삶을 잘 기억해 두세요. 다음번 삶을 위한 교훈이 될수 있게끔.>        -  카산드라 카첸버그

 

카발라의 인용구가 1권 첫장을 장식하더니만, 카산드라의 인용구는 2권 끝장을 장식하고 있다. 숨가쁘게 넘어가 버린 1권이 2권에서도 그 속도를 늦추지 않고 돌진한다. 그녀의 이야기, 그리고 그의 이야기. 이들이 바로 나의 슈퍼 영웅들이야.
 

물론 슈퍼맨, 배트맨, 캣우먼과는 많이 다르지. <인류의 구원자>의 통상적인 기준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야. 늙은 사팔뜨기 뚜쟁이 어멈. 자동차 하나 제대로 운전 못하는 뚱보 외인부대원.
고향 사바나에서 멀리 떨어져 유랑하고 있는 아프리카 주술사. 경찰에 쫓기는 불법 체류자 신세인 17세 한국인. 여기에다가 병약하여 제대로 거동조차 못해서 쓰레기 하치장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는 늙은 점성술사까지. 나는 또 어떻고. 자신의 어린 시절조차 기억 못하는 10대 소녀.....  너무나도 보잘것없는 존재들  그런데 이런 우리가 지금 저 전문적인 테러리스트들과 맞서 싸우려 하고 있어.   -P.317

 

그녀가 생각하는 슈퍼 영웅들과의 또 다른 테러를 맞서 싸우는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나온다. 잃으면서도, 왜 그녀가 그래야만 하는지 모른다. 그냥, 베르베르에 글에 이끌려, 카산드라가 되었다가, 김예빈이 되었다가, 멀리 관망하는 관망자가 되었다가 정신없이 쫓아갈 뿐이다. 언어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베르베르는 이야기한다.  아니, 김춘추시인이 <꽃>에서 먼저 이야기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라고 했던가? 말이 없을때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맞을것이다 . 아무것도 아닌것.  그도 나이고 나도 나이고, 우주도 나인것.

베르베르 답다.
그래서 카산드라는 자신의 잠재력을 끄집어낸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존재, 훨씬 더 넓은 의식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실험 23과 실험 24의 의미가 밝혀지면서 사람의 욕망보다는 인과응보를 떠오르게 만든다. 
테러리스트와 맞서고자 하는 소녀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김예빈의 비중이 높아서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카산드라의 거울.  거울의 의미는 책을 읽기시작하는 독자들의 몫이다. 난 그저, 이 빛나리 천재 작가의 멋진 책을 그가 들었다는 음악을 틀어놓고, 다시 한번 음미해봐야겠다.

 

<우리는 미래를 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마도 <볼 수 없다>일 거야.
하지만 지금 우리가 미래를 만들겠다면, 그걸 막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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