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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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1월

열아홉 살 소녀가 한 남자에게 납치당한다.

납치범은 뒤뜰 헛간에 작은 방을 만들어 그녀를 가두었고, 소녀는 납치범의 아들을 낳는다.

태어나서 한 번도 방 밖에 나가지 못한 소년. 아이에게 바깥세상을 가르쳐주는 것은 천정에 난 작은 창문과 흐린 텔레비전 채널 세 개,

동화책 다섯 권뿐이다. 하지만 방 안에는 터널과 요새가 있고, 친구 달걀뱀이 있고, 지프차와 리모컨이 숨바꼭질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가 자라고 방은 점점 좁아지자 아이의 다섯 번째 생일날, 탈출을 결심한다.

 

다섯살이라고 하긴엔 너무나 똑똑한 아이가 있다.

잭. 잭과 콩나무의 잭처럼 용감한 아이다.

이 아이의 눈으로 아이의 세상이 보여진다.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그아이의 세상이 보여진다.

자신의 모든것 엄마. 다섯살이 되어서까지 엄마젖을 먹고 있는 아이.

그리고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엄마.

 

오드리 니페네거의 말처럼 엠마 도노휴의 글은 순수에서 공포로, 공포에서 부드러움으로 변화하는 연금술같은 글이다.

아이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티없는 세상, 그리고 나타나는 올드 닉에 대한 공포와 한없이 감싸주는 엄마.

뭐라고 해야할까?

 

아이도 엄마도 이 작은 방을 나온다는 사실을 이 글을 읽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엠마 도노휴가 이 글을 쓴 모티브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탈출에 성공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찝찝함은 뭘까?

글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이 아이에 대한, 세상에 편견에 대한 부분이 가슴을 갑갑하게 만들어 버린다.

작은 방안에서만 자랐던 아이. 이 아이에게 태양은, 계단은...

모든것은 새로움이다. 어떻게 계단을 내려오고 올라가야하는지도, 그네를 어떻게 타야하는지도, 모래놀이조차도 할수가 없다.

엄마와 아이, 이 둘만에 룰은 이젠 룰이 아니다.

전혀 새로운 룰이 아이에게 다가온다.

진짜 사람들과 진짜 세상이 말이다.  엄마에게 배신을 당한것 같은 아이. 그리고 자신조차 감당할 수 없는 엄마.

두 모자가 잘 살기를 바라지만, 세상이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아니, 이들이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알 수가 없다.

그들이 살았던, 작은 방, 그 헛간에서에 마지막 인사가 새로운 길을 열어주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