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지지 마 약해지지 마
시바타 도요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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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

별생각 없이 / 한 말이 / 사람을 얼마나 / 상처 입히는지 / 나중에 / 깨달을 때가 있어

그럴 때 / 나는 서둘러 / 그 사람의 마음속으로 찾아가 / 미안합니다 / 라고 말하면서 / 지우개와 / 연필로 / 말을 수정하지

 

-녹아드네 -

주전자에서/흘러내리는/뜨거운 물은/상냥한 / 말 한마디

내 / 마음의 각설탕은 / 컵안에서 / 기분좋게 / 녹아드네

 

- 약해지지 마 -

저기, 불행하다며 / 한숨 쉬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난 괴로운 일도 / 있었지만 / 살아 있어서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고운 시집한권을 읽었다. 99이라는 시바타 도요 할머니가 쓴 시란다.

아흔 아홉이라니... 생각할 수도 없는 나이에 시인이 이야기를 하신다.

분명 시 한편, 한편을 읽었는데, 할머니의 삶을 듣고 있는 기분이 든다.

아.. 그러셨구나. 그러셨구나.

장수의 나라, 일본답게 참 오래도록 건강하신 시바타 할머니의 이야기가 가슴을 쓸어내린다.

 

저를 / 할머니라고 / 부르지 말고 / "오늘은 무슨 요일?" / "9+9는 얼마?" / 그런 바보같은 질문도 / 하지 않았으면 해요/

"시바타 씨 / 사이죠야소의 시를 / 좋아해요?" / "고이즈미 내각을 /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런 질문이라면 좋겠어요

 

한 세기를 살아온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지진도 괴롭힘과 배신, 외로움과 죽음을 그녀가 나의궤적을 통해서 이야기합니다.  그녀의 삶을 조근조근 손녀딸에게 이야기하듯이

이야기합니다. 이혼의 경험과 64세의 외아들 이야기를 합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여인입니다. 여인이기에 어린시절 아들이 이야기한 엄마가 제일 예쁘다는 말로 인해서, 지금까지 곱게 화장을 하시는

여인입니다.

그녀의 글은 일본을 느끼게 하고, 그녀의 삶을 들여다 보게 합니다.

그리고 '엄마'를 생각나게 합니다.

은유와 비유를 찾을 수 없는 글입니다.

한때 유행하던 시처럼 미사어구로 눈이 호강하는 글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가슴이 저며옵니다.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가슴이 저며옵니다.

 

'엄마'....   '엄마'

아홉 아홉의 그녀에게서 엄마를 느낍니다.

그리고 엄마도 여자임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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