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황식 Go!
정허덕재 지음 / 문화구창작동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문화구창작동 작품은 참 재미있다.

정허덕재... 이름도 특이한 작가의 소설 <고! 황식 Go!>

표지만 봐서는 딱 청소년 소설스럽다. 눈은 크게뜨고, 머리는 더벅머리, 거기에 후줄근한 빨간 츄리닝.

누가 백수 아니랄까봐 다리 한쪽은 말아올려서 삐쩍 마른 다리를 보여주고, 신발은 중고등학생들의 전유물인 슬리퍼를 신었다.

분명 뒷배경으로 예쁘장한 아가씨도 보이고, 고물 자동차에 푸짐한 아저씨도 보이는데,

눈 크게뜨고 이 무지막지 웃음을 유발하는 이 총각때문에 다른 인물들이 다 묻혀버렸다.

 

<고! 황식 Go!>

포스 작렬한 이 표지모델이 고황식이다.

스물일곱 살이면서 버스를 할인받기 위해 교복을 차려입을 정도로 뻔뻔한 고황식은 특유의 엉뚱한 발상을 무기 삼아 자신만의

충실한 백수생활을 창조해내고 있다. 가족의 구박을 피해 친구 '권용석'의 카페에 빌붙어 살던 황식의 느긋한 일상은, 밝고 수수한

매력을 지닌 대학원생 '정설아'의 등장으로 분주하게 변해버린다. 황식은 설아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지만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오해와 사건으로 인해 위기와 맞닥뜨리고, 말도 안돼는 범죄속에 빠져버리고 만다.

아니, 이걸 범죄라고 해야되나? 말아야 하나?

어찌 어찌 영웅이 될수도 있는 인물, 영화 <해운대>의 김인권을 닮았다.

내 의지가 아니면서도 내것이 되어버린것.

책은 책속 인물에 빠져 읽게 되어버리니,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이 한심한 총각화 되어간다.

무슨 생각이 있기야 있겠지마는 너무나 한심하고 게으르다.

부모를 생각하는 맘을 보면 가슴 절절하고, 그 느긋하고 밝은 성격이 예뻐보이다가도, 스물입곱에 어찌 이리 살고 있을까?

설아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다가도, 아이구 소리가 절로 나온다.

예쁜 설아를 황식과 맺어줄수는 없지 않는가?

 

인생을 알수는 없다. 어떻게 변할지.

그래서 젊은이들은 오늘의 모습만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분명 정답이다.

그런데, 이 청년은 정말 너무하다.

어째, 이리도 매사 태평에 아무 생각도 없는 것처럼 살고 있을까?

도전을 하고, 뭔가 자신의 변화를 위해 노력해만 하는 것이 정답이 아닐까?

아니, 인생의 정답을 논할 수는 없지만, 그냥 내 개인적인 생각만으로는 황식이가 내 주변에 없어서 정말 다행이다.

이런 인물 옆에 있으면, 예전에 읽었던 둥시의 장편소설 <미스터 후회남>속 주인공들 처럼 가슴 터져버렸을것 같다.

 

단지,이건 내 생각일 뿐이다.

소설은 재기발랄하고 재미있다.

시나리오 작가라서 그런가? 꼭 소설의 영화화를 염두해 두고 쓴듯 재미있고, 유쾌하다.

이 우중충한 인물에게서 빛을 내게 만들고 있으니, 정허덕재 작가의 필력이 돋보인다.

슬픈 사랑 이야기도, 가슴 절절한 이야기도 아닌, 어쩌면 우리 주변에 분명 하나둘 있을 것 같은 그런 인물.

<고! 황식 Go!>

소설은 끝이 났지만, 이 총각 정신 좀 차리고, 제대로 된 인생 한 번 살아보길 바란다.

이 청각보다는 오래살았으니까, 그런말 해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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