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오브 워터 - 흑인 아들이 백인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황정아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어렸을때 난 어머니가 어디 출신이고 어떻게 태어났는지 궁금한 적이 많았다.

어디 출신이냐고 물어보면 어머니는 "신이 날 만드셨지." 라며 말을 돌렸다.

백인이냐고 하면 "아니, 피부색이 옅은 편이지."라며 또 말을 돌렸다.     -p. 29

 

어느날인가는 교회에서 돌아오다가 하느님이 흑인인지 백인인지 물어보았다.

"오. 애야.... 하느님은 흑인이 아니시란다. 백인도 아니셔. 하느님은 영이시지."

"하느님의 영은 무슨 색이예요?"

"아무 색도 아니야." 엄마가 말했다. "하느님은 물빛이시지. 물은 아무 색도 없잖아."    -p.62

 

-흑인 아들이 백인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 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종교보다 사람을 더 가르는 것은 어쩜 피부색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읽었다.

그리고 왜 제임스 맥브라이드가 <컬러 오브 워터>라는 제목을 붙였는지 알았다.

아무색도 아닌 하느님의 영. 물색.

 

작가이자 재즈 뮤지션인 맥브라이드는 1957년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와 폴란드 출신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브루클린의 빈민가 레드훅 지역과 퀸스의 세인트올번스에서 열두 명의 형제들과 어린 시절을 보냈다. 뉴욕 공립학교를 졸업한 뒤 오하이오

주의 오벌린 음악학교에서 작곡을 공부했다. 또한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저널리즘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보스턴글로브』,

『피플매거진』, 『워싱턴포스트』 등 여러 매체에서 기자로 활동하는 한편, 재즈계의 전설적인 인물인 지미 스콧의 반주자로 참여하며

색소폰 연주자로 활발한 활동을 했다. 또한 뮤지컬 음악 감독 겸 작곡가로도 명성을 날리며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재능을 인정받았다.

대단한 인물이다.

그의 열두 명의 형제들또한 그렇다. 책을 읽으면서 이 백인 엄마가 아이들에게 뭘 해줬을까 싶지만, 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엄마의 사랑이 한명 한명에게 다 나타나 있다.

이글은 엄마의 이야기와 아들의 이야기를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해주고 있다.

처음엔 이게 뭔가 했다가, 중간 부분을 넘어가면서 두 사람의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음을 발견한다.

 

폴란드에서 랍비의 딸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 아버지의 성적 학대와 노동착취로 얼룩진 어린 시절을 보내 소녀.

인종차별이 만연한 시절에 흑인과 두 번 결혼해 열두명의 흑인 아이를 낳은 백인 여자. 두명의 남편이 모두 죽고 홀로 열두명의

자식들을 길러낸 강철 같은 여인. 그 여인이 작가 맥브라이드의 어머니 이다.

 

유잉의 엄마 집에 둘러앉은 열두 명의 형제들 모두가 의사니 교수니 하는 멀쩡한 사람들인데 집 안은 우리가 어렸을 때

늘 그랬던 것처럼 난장판이고 애들은 제정신이 아니고 배우자들은 다 얼이 나가 있더란다. 그런 와중에 엄마의 직계 자식

열둘은 심리학자들을 절망적으로 두 손 들게 만들 다음과 같은 정신 나간 행동 패턴으로 퇴행하더라는 것이다.

누군가 한명이 귀가 멍멍할 정도의 소음을 누르며 "영화관에 가자!"라고 소리 질렀다 그러자 온 방의 사람들이 벌떡 일어나 부산을

떨었다. "좋은 생각이야!" "그래... 가자. 내가 운전할께." "나 좀 기다려줘!" "서둘러! 내 신발 어디갔지?"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 동안 엄마는 커피 탁자에 발을 올린 채 거실 의자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엄마는 하품을 하며 조용히

"나 뭐 좀 먹고 싶구나"라고 말했다. 영화관 애기는 순식간에 잊혀졌다.

자. 바로 이런 걸 두고 권력이라고 하는 것이다.      - P. 304

 

어머니의 무소불위에 권력에 왜 이리 가슴이 뭉클한지 모르겠다.

유머와 품위가 있는 멋진 이야기. 소설인양 읽다가 가슴 뭉클해져 눈가를 적시게 만드는 <컬러 오브 워터>

어머니의 권력에 박수를 보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