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만 실종된 최순자
김은정 지음 / 판테온하우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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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라...

이제 서른을 보면 참 좋을때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나이에 나는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키우느냐고 정신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서른의 공포라고 하지만, 내게 공포는 아이의 울음이었다.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모르는 초보 엄마의 공포.

그래서 서른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다시 그때가 되면 대학원을 진학했을텐데하는 아쉬움정도.

 

그런데, 작가는 말한다.

여자에게 가장 큰 공포는

사내 맛을 못 본 처녀귀신도 아니요,

임신 테스트기의 방백 '한 줄이냐 둘이냐'의 답을 구하는 순간도 아니요.

사랑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며 혈서까지 써대던 진드기 같은 놈도 변심까지의 유통기한이 불과 3년이었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대면하게 된 순간도 이난, 바로 '서른이 된다는 것'이다라고 말이다.

거기에 권고까지. 살면서 한 번쯤 '내일모레 서른이다'를 되뇌며 한 숨 쉬어봤을 사람들만 읽어야 할 책이라고.

그럼, 나는 아닌데... 그래도 읽었다. 너무나 유쾌하게 읽어버렸다.

 

할머니의 이름을 물려받은 최순자. 한창 예쁘고 예민한 18살, 고2 어느 날 그녀의 부모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다.

부모가 남겨준 것이라곤 촌스럽기 그지없는 이름과 빈 몸뚱이, 그리고 5천만 원의 빚. 집이 경매에 넘어가고, 설상가상 학교도 그만 둔

그녀는 자살을 기도한다. 그러나 모진 것이 사람 목숨이라고, 다시 살아남게 된 그녀는 이평안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11년 후. 스물아홉 살이 된 최순자. 남자로부터 배신을 받은 그녀에게 어느 날 6천만 원이라는 거금이 생긴다.

'돈을 어떻게 사용할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그녀는 호적 세탁을 통해 11년 전, 고등학교 2학년 즉 18살로 돌아가기로 한다.

11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살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그녀는 다시 18살 시절로 돌아가고, 자신보다 11살이나 어린 아이들과 함께 학교생활을

시작한다. 유쾌하고 발랄한 10대 학창시절과 10살이나 어린 남자와의 발칙한 연예담, 그리고 깜짝 놀랄 반전이 숨어 있는 순자씨의 이야기.

 

11살을 호적으로 줄일수는 있지만, 몸을 바꿀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순자씨는 18살이 되었다.

그리고, 꿈꾸던 고교시절을 보낸다. 열아홉 젊은 선배에게 가슴도 콩닥콩닥 뛰어보고, 열여덟 어린 아그들의 친구로 말이다.

다시 10대로 돌아가면 순자씨처럼 할수 있을까?

주구장창 공부만 하라던 학교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데, 순자씨가 다니는 학교는 유쾌하다.

재미있다.  교과서에 숨기고 보던 하이틴 로맨스 처럼 달달하고, 그시절 명랑만화처럼 통쾌하다.

될법한 이야기인가? 10살이나 어린 아그가 첫사랑이라니...

그래도, 그래서 재미있다.

가질수 없는 꿈이 실현된 듯 하니 말이다.

딱 서른만 실종된 순자씨.  어찌 되었는지는 감만 잡는다.

군복을 입은 잘생긴 청년에 대한 부연도, 그녀의 친구들이 지금 하는 일만 나와있고, 순자씨와의 관계는 이야기하고 있지 않으니 말이다.


서른만 실종됐던 서른두살 최순자는 말한다.

-끝은 어디에도 없다.

설사 죽어서도 땅에 묻혀 다시 한 그루의 은행나무 속에서 피어나지 않는가.

내게 주어진 것이라면, 나는 사랑도 질투도 그리움도 실패도 망설임도 후회까지도 즐긴 준비가 되어있다.   -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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