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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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만화 표지다.

요즘 만화 트랜드에 딱맞는 그런 인물이 그려져 있다.

만화를 좋아한다. 도를 넘게 좋아한다.

그래서 이 책에 눈길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제목만으로는 나를 끌러 잡을 이유가 없었다.

저 표지속 인물. 저 인물이 끌어당겼다. 읽지 않으면 가슴이 계속해서 두근거릴거라고 말이다.

그래서 읽기 시작했다. 나카무라 후미노리를 이렇게 알게 되었다.

 

부자로 보이는 사람들의 지갑을 훔치는 천재 소매치기, 니시무라.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 부유한 계층들이 많이 모이는 클래식 공연장에서, 각종 이벤트로 혼잡한 공원에서 그는 타인의 주머니에서 절묘하게 지갑을 빼낸다. 시내를 돌아다니며 소매치기를 하던 니시무라는 그날도 어떤 남자의 지갑을 낚아챘다. 바로 그 순간, 그 남자에게 손목을 잡히게 되고, 그가 고개를 돌린 순간, 기자키라는 것을 알게 된다. 기자키는 불가능해 보이는 세 가지 임무를 제안하며, 니시무라의 운명을 잡고 흔들기 시작한다.

 

사실, 책은 천재 소매치기라고 표현을 하지만, 내가 읽었던 다른 책들의 소매치기의 실력의 미치질 못한다.

그럼에도 니시무라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엇인가를 훔치고 있다. 이유도 없이 말이다.

그의 운명을 잡고 흔드는 손길.  이 손길.

내가 아니라 나의 운명을 누군가가 잡고 흔든다.

어렸을때 아마게돈이라는 이현세작가의 만화를 읽고는 얼마나 충격이었는지 모른다.

내 운명이 내가 아닌 신의 유희로 인해 움직이고 있다는 그런 내용이었었는데, 어찌나 충격이었는지.

그런데, 지금 니시무라에게 그런 누군가의 유희가 다가온다.

그에 소중한 것들을 붙잡고 말이다.

 

니시무라의 소중한 사람들.

그들이 소중한 사람들일까? 오다 가다 만난 사람들. 단순히 눈길 한번 주고 정을 준 사람들.

아무것도 없던 사람에겐 그 또한 소중한 사람이 될 수 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조금은 억지스럽다.

 

수많은 타인들의 인생을 조종하면서 이따금 그 인간과 동화되는 듯한 기분이 들어.

그들이 생각하고 느낀 것이 내 속에 고스란히 들어오는 일이 있어. 여러 인간의 감정이 동시에 침입해 들어오는 상태.

너는 그런 건 맛본 일이 없으니 잘 모르겠지. 다양한 쾌락 중에서도 그게 최상의 쾌락이야.

......

세상 모든 것을 음미하고 즐리라고. 네가 만일 이번 일에 실패한다고 해도 그 샐패에서 오는 감정을 음미하고 즐겨봐.

죽음의 공포를 의식적으로 즐기란 말이다. 그걸 할 수 있을 때, 너는 너를 초월할 수 있어. 이 세계를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어.   -p.165

 

고독은 사람을 바꾼다.

그냥 그랬다. <쓰리>를 읽으면서 느낀 감정은.

천재 소매치기니 절대 악의 화신이니 이런 멋진 말이 아니라, 외로워서 사람이 바뀌는 구나.

내 주변을 외롭지 않게 보듬어 줘야겠구나.

기가찰 만큼 손재주가 좋은 니시무라를 보면서도, 왜 그런짓을 하는지 알수없는 묘한 남자를 보면서도

내게 다가오는건 오로지 하나, 외롭지 않게 보듬어 줘야겠구나 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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