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나비 날아가다
이은식 지음 / 타오름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삿갓을 노래하다

                                   -김병연-

 

떠도는 내 삿갓 정처 없는 빈 배와 같아

어느덧 사십 평생을 함께 떠도네.

목동의 홀가분한 행장으로 송아지 몰며

늙은 어부 갈매기와 벗할 때 모습이네.

취하면 나무에 걸어 놓고 꽃구경하고

흥이 일면 벗더 들고 다락서 달구경하네.

속인들의 의관은 겉치레지만

비바람 가득해도 걱정 없기는 삿갓 때문이네.

 

 

작은 나비의 날개짓 한번으로 세상이 바뀔수 있다는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김삿갓, 김병연과 난세의 풍운아, 홍경래과 어떻게 연결이 될 수 있을까?

그런데, 그둘의 삶이 연결이 되어 있다.

 

김병연이 삿갓을 쓰게 된 계기야 워낙에 유명한 이야기이다.

1825년 순조 25년에 강원도 영월군의 동헌인 관풍헌에서 열린 백일장에서 김병현은 장원을 한다.

그때의 시제는 <가산 군수 정시의 충의로운 죽음과 김익순의 죄가 하늘에 닿음을 논하라>였다.

이 시제로 장원을 하였으니, 그의 문장이 어떠했을까?김익순을 반역자로 호되게 비판하고 조롱하는글이었다.

그런데, 이런... 자신이 알지 못했던 그의 조부가 김익순이란다.

하늘아래, 자신의 조부를 욕되게 하였으니, 살수 없다하여 삿갓을 쓰기시작한, 김병연.

이 김익순이 홍경래와 연결이 되고 있으니, 나비의 날개짓이라 아니 말할 수가 없다.

 

홍경래의 반군이 선천으로 들어왔을때, 선천 부사 겸 방어사였던 김익순이 홍경래에게 저항 한번 하지 않고

항복하였단다. 김익순은 당사자만 참수형을 받고 나머지는 멸족에서 폐족으로 사면 처리되어 화전을 일구면서 은둔

생활을 하여, 김병현이 조부의 이름조차 몰랐던 것이다.

 

얼마전 상도를 다시 읽으면서 홍경래의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홍경래의 주요핵심인물 중 이희저가 궁금했는데,

이 책에서 역시 나오는걸 보면 그가 실존임물이었나 보다.

풍운아, 홍경래의 이야기.

<정감록>에 나오는 <一士橫冠 하니 鬼神脫衣하고, 十疋加一尺하니 小丘有兩足이라>

이문장으로 壬申起兵을 만들어 내는 파자는 언제봐도 신비롭다. 아니 그렇게 파자를 만들어내는 우리 조상들의 명석함의

놀란다. 하지만, 그로 인해 그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19세기 초 세도가들의 폭정과 비리가 만연한 세상에서 사회를 변혁할 꿈을 꾸며 10년간의 준비를 거쳐 난을 일으킨 홍경래.

몰락한 양반가문에 서북인이라는 이유로 비참한 현실을 살아온 홍경래와 현실에서 발을 빼어버린 김삿갓.

 

이 두사람의 인생을 보면서, 그들이 살고 있던 시대에 편승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지금의 우리 모습을 보게된다.

난세에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우리네 모습들이다.

이야기를 하듯 조근 조근 들려주고 있는 이은식 선생님의 글은 시대를 느끼게 한다.

그 속에 숨어 살던 사람들과 지금의 우리를 보게된다.

아쉬었던건, 그 시대를 보여주는 삽화가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벽화그림으로는 있지만, 그 시대 삽화들이 작품으로

남아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움이 남지만, 이은식 선생님의 <미친 나비 날아가다>는 나비의 날개짓과, 그들의 삶을 속속히 보게 만드는 그런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