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동양신화 중국편 - 신화학자 정재서 교수가 들려주는
정재서 지음 / 김영사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신화가 돌아오고 있다.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려 사라졌던 신들이.

망각의 지층 아래 보인되었던 거인들이 귀환하듯 신화가 돌아오고 있다.

그것이 서양의 신이든 동양의 신이든 상관이 없다.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부터 그리스 신화를 읽기 시작한 아이들은 어쩌면 동양의 신들이 낯설수도 있다.

아이뿐만 아니라, 나또한 동양의 신이 낯설다.

하지만, 위엄속에서 바람기를 어쩌지 못하는 제우스나, 질투의 화신같은 헤라와 촌수확인이 불가능한 아프로디테를

알면서, 제우스의 권능에 필적할 만환 황제, 여신들을 지배했던 여와, 우아한 매력의 소유자인 서왕모는 어디에 있을까?

그들이 궁금하다. 

그리고, 정재서 박사는 이야기 한다. 지금은 기억마저 희미해져버렸지만, 우리 존재의 근원이자 의식의 뿌리인 동양의 신들을

찾아보자고 말이다.

 

혼돈의 신 제강부터 시작해서 1만 8천년의 잠에서 깨어난 거인 반고 이야기. 복희와 여와 이야기는

낯설면서도 신기하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의 끝은 우리 민간 신앙이 자리잡고 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이 가장 귀하니 머리가 둥근 것은 하늘을 본뜬 것이며, 발이 네모진 것은 땅을 본뜬 것이다.

하늘에 사시가 있듯이 사람에게는 사지가 있다. 하늘에 오행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오장이 있다.

땅에 지하수가 있듯이 사람에게는 혈맥이 있다. 땅에 초목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모발이 있다.

땅에 돌과 쇠가 있듯이 사람에게는 치아가 있다. 이 모든 것은 천지와 오행의 기운을 받아 합쳐져 형체를 이룬 것이다.

- P. 44 [동의보감]중에서

 

반고 신화에서 인체와 자연을 동일시 했던 관념이 조선시대까지 그대로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이런 예는 이 신화집에 무궁무진하게 많다.

선녀 직녀와 목동 우랑이야기만 해도 그렇다.  아내를 잃어버린 우랑이 아이들을 데리고 직녀를 뒤쫓아 하늘까지 올라갔는데

갑자기 서왕모가 나타나 비녀를 공중에 한번 그었다. 그게 은하수란다.

서왕모는 그들에게 이후 1년에 한 차례, 7일 동안만 만나라고 못을 박았단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어떻게 와전이 되었는지, 우리 나라에 들어와서는 매년 7월 7일 단 하루만 만나야된다고 변했으니,

견우와 직녀가 그렇게 울 만도 하다.

 

1부 _ 하늘과 땅이 열리고 사람이 생겨났다

2부 _ 창조와 치유, 죽음과 사랑을 주관하는 여신들

3부 _ 천상과 지상을 지배한 큰 신들

4부 _ 자연계의 신들

5부 _ 문명의 창시자들

6부 _ 전쟁과 모험 그리고 영웅들

7부 _ 시조 탄생 신화와 민족의 성립
8부 _ 성군과 폭군의 시대
9부 _ 먼 곳의 이상한 나라, 괴상한 사람들
10부 _ 신기하고 별난 사물들의 세계
11부 _ 낙원과 지하 세계

 

정말 많은 신들이 있다.  어찌 이리 신화속에 신들이 많은지 모른다. 동양신화뿐 아니라, 그리스신화를 보더라도

정령까지 따지면 어마어마하게 신들이 많다.

하지만, 동양 신화와 서양의 신화들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사람위에 군림했던 서양의 신화와 달리, 동양의 신화속 신들은 함께 한다.

소머리를 한 염제처럼 괴물이 아닌, 인간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

그뿐 아니라, 여와와 서왕무, 무산신녀의 이야기들을 보면 모계사회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알 수 있다.

부권강화로 변해가면서 신들의 서열은 끊임없이 변했갔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황제중심의 신들이 익숙하고, 촌수가 엉망임에도 제우스 중심의 그리스 신화에 익숙하다.

 

동양신화 중국편이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우리의 신화속 신들의 모습이 나타나는것은,

동양신화는 서로 돌고 돌았기 때문일 것이다.

설 전난 밤을 새우는 풍습이 중국의 조왕신고 삼시충 신앙에서 비롯된 것 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 신화가 흥미롭다.

우리 신화의 뿌리를 찾는 계기가 되니 말이다.

내가 알지 못했던, 아니 그냥 지나쳐 버렸던 우리 신화의 뿌리를 찾게 해주는 책.

동양신화가 그 길을 열어 주고 있고, 그 길로 뛰어들수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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