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차일드
김현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내가 지금 뭘 읽은거지?

도통 알수가 없다.

러브 차일드. 제목만 보고는 사랑이야긴가 했다. 아니, 표지때문에 그렇게 생각을 했다.

긴머리에 갸냘픈 여인의 뒷모습은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었으니까.

love child라는 단어가 사생아라는 것을 나중에 사전을 찾아보고 알았다.

아니, 제목이 러브 차일드임에도 내가 뭘 읽고 있고, 뭘 읽었는지를 모르겠다.

결국엔 김현영작가와의 좌담까지 읽었는데도 내겐 너무 어렵다.

 

김현영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세상이 너무나 낯설고 무서웠기 때문일것이다.

 

우리가 세상에 나와 가장 처음 본 것은 난도질된 우리의 몸이었다.

온전한 문장을 쓸 수 없어 몇 개의 물음표와 느낌표, 그리고 말줄임표만 늘어놓은 연서처럼 점점이 흩어진 우리의 몸이

한 여자의 가랑이 사이로 빠져나왔다. ...  여자는 다만, 우리가 몇 주간 거주했던 집에 불과했다 - p. 9

 

이렇게 처절하면서도 소름끼치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문학평론가 심진경씨의 말처럼 쓰레기에 의한(의료폐기물로 분류되는

낙태아들), 쓰레기를 위한(생애전환기 검사를 통해 폐기물로 처리되는 노인들), 쓰레기의(우리들 자신)의 소설이다.

비유적이고 현실적이고 상징적인 이 쓰레기라는 단어는 미래를 이야기 하고 있다.

성정하지만 노화하지 않고, 폐기물로 처해질 인간의 팔을 도려내도 그것은 신체 훼손이 아니라 재산 손실 일 뿐인 세상.

우리들이 인간이 맞는건가?

아니, 이 속에 나오는 두 주인공, '수'와 '진'은 인간이었던가?

 

작가는 이야기한다.

지구 어딘가에서 일어난 일은, 곧, 내게, 우리들 모두에게 일어날 일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 소설을 미래라는 시간으로 던져버렸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나는 그 시간과 공간속에 갇혀 무엇인지도 모르고 허우적 거리고 있다.

 

너는 그냥 변해. 마음놓고 변해가. 대신 내가 변하지 않을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영원히 이 모습 그대로 있어줄게. 네가 언제 어디서든 나를 알아볼 수 있도록.

태어나기도 전에 죽어버린 우리는 알지 못한다. 이 세계에서 늙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 40년은 우리에게 아무 의미도 없는 시간이었다. 진과 수를 결국 페기물로 만들기 위해 이 세계가 필요로 했던 시간이었을 뿐. ..

수는 더 이상 늙을 수 없을 만큼 늙어버리고, 진은 아무리 나이를 먹었어도 영원히 늙지 못한채..

그럼에도 공평하게 모두, 폐기물이 되어  - p. 237

 

작가가 내게 이야기하는건 무엇이었을까?

세상의 모든 쓰레기들이 한곳에 모일수도 있고, 그것이 미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일까?

작가가 보여주는 세상.  무엇을 보고 무엇을 희망으로 삼아야 하는지 조차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희망을 찾고 싶다.

세상은 그렇게 어둡고 절망적이지 만은 아닌곳이라고 믿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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