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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별장의 쥐
왕이메이 글, 천웨이 외 그림, 황선영 옮김 / 하늘파란상상 / 2010년 4월
평점 :
중국 할머니다. 옷이 중국옷이니 중국할머니다.
안경은 코끝까지 내려와 있고, 머리는 틀어올리셨다. 이 할머니의 이름이 장미 할머니란다.
장미 별장이라 장미가 많이 피는 별장인줄 알았다.
장미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할머니. 그리고 할머니 손끝에 있는 작은 쥐 한마리.
문위로 올려진 발사이로 중국적인 집안 풍광이 보이고, 꽃이 위에서 아래도 축축 늘어져 있는 집.
곱다. 예쁘다.
그런데, 이 책의 그림만큼 글도 곱다.
짧은 책이라 금새 읽고 넘어갔다. 읽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또 다시 읽었다.
아이책인데... 이책, 아이책이 아닌가?
흔하게 알고 있던 아동도서의 권선징악이나 해피엔딩과는 다른 이야기.
그렇다가 베드엔딩이라는 말도 아니다.
그런데, 가슴이 아리다. 쏴하는 파도가 쓸어간다.
홀로 도시 밖 작은 별장에 살고 있는 장미 할머니.
상처 입은 달팽이와 새, 강아지, 젊은이를 돌봐 준 적도 있지만, 상처가 낫자마자 별장을 떠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단다.
그래서 할머니는 외롭다.
어느해 겨울, 남의 집 쌀을 몰래 훔쳐 먹고 살아온 떠돌이 쥐 쌀톨이가 장미 할머니에게 찾아온다.
그리고 쥐 한 마리 잡지 못하는 늙은 고양이 뚱이.
아이 책처럼 처음엔 유머가 넘쳐난다. 훔친쌀로 술을 빚고, 그 빚은 술을 먹다 술에 취해 죽은듯 잠든 쌀톨이.
쌀톨이를 묻어주기 위해 우는 할머니. 할머니의 눈물에 술을 빚어도 금주를 선언한 쌀톨이.
고양이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쌀톨이의 술.
그리고 남겨진 할머니와 장미 할머니. 아니 떠나야만 했던 쌀톨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외로움'이라는 사실을 아는 셋.
책 장을 덮었다. 책 커버 뒤에 나와있는 그림.
이 꽃이 장미였나보다. 줄기에 가시가 있는걸 보니 말이다.
뚱뚱하고 늙은 고양이 뚱이. 그리고 하늘을 쳐다보고 앉아있는 쌀톨이. 외로움... 그리움...
청록색 계열의 표지가 눈물을 나게 하는건지, 처량한 쌀톨이를 그린 삽화가 눈물을 뿌리게 하는건지 모르겠다.
책장을 넘기고도 책을 책꽂이에 꽂지 못하고 또다시 앞으로 넘긴다.
할머니를 보고, 쌀톨이와 뚱이를 보고 마지막장을 하염없이 보면서 넘기지 못한다.
뚱이는 쌀톨이를 보자마자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마지막 꽃잎이 떨어졌을 때 쌀톨이는 이제 더 이상
장미 할머니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쌀톨이도 뚱이 옆에 앉아서 긴긴 눈물을 흘렸습니다.
오래전 할머니가 자기를 위해 눈물을 흘렸던 그때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