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가는 택시
김창환 지음 / 자연과인문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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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근사한 남자 한명을 만났다.

세상에 잣대로는 실패한 인생같은데, 이 남자 구석구석 너무나 근사하다.

예전엔 가다 가다 갈곳없으면 탄광촌에 갔고, 지금은 가다 가다 갈곳없고, 몸이 아프면 택시를 운전한다고 말하는 남자다.

그런데, 이 남자 너무나 멋지다.

장거리 운전을 하는 중에 어느 여자가 유혹을 했을 뻔 하다.

 

못생긴 아내와, 미운 딸 남주와 함께 산다는, 코 센 아내한테 암소리도 못하고 산다고 이야기는 하지만,

부인이 사랑스러워, 딸이 예뻐서 죽는 그런 남자다.

강원도 자락 신림에서 신나게 살았었고, 못하는게 없는 남자였다.

공부도 잘해 반장에, 학생회장까지 했었고, 대기업 연구원도 했었다. 그런데 이남자, 감자 농사, 돼지똥거름장수, 밥장수까지

하면서 역마살이 끼었는지, 모든걸 다 들어먹고는 통영바다까지 흘러들어와 택시를 운전한다.

그러고도 '낭만택시'란다.

요한 스트라우스의 '봄의 소리 왈츠'를 들으면서 행복해 하고, 사납급없이도 큰소리 친다.

그런데, 이 남자가 말하는 그의 부인, 그녀는 그래도 좋단다.

돈이 없어도 좋단다. 연구원시절 그 수줍던 그녀가 이제는 김치냄새 폴폴나는 억척 아줌마가 되었음에도 그가 말하는

거미줄속 진주에 아이처럼 활짝 웃고, 엉터리 복분자주를 가지고 깔깔거린다.

 

이렇게 살수 있을까?

삶이 어떤것이 진실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잘나가던, 모든것이 완벽해 보이는 그.  누가 택시를 운전하는 그를 보면서 멋지다 생각할까?

그런데, 그는 멋지다. 너무나 진솔하고 멋지다.

아이를 보듬고, 그녀를 보듬고, 아버지를 흩뿌린 대나무 숲을 바라보는 그가 참 멋지다.

 

그리고, 그의 어린시절.

그의 누이와 함께 재잘거리는 그 시절. 참 부럽다.

몇일씩 장에 가시는 부모님을 대신해서 가장노릇을 해보려고 했던 환이.  동생들과 메기와 뱀장어를 잡아 머리 쓰는 환이.

동생들과 함께 전쟁터 장군처럼 기차역에서 노는 법을, 시간을 알수 있는 법을 이야기하는 환이.

동생이라는 이유로 배를 타는 동생을 멀리보내고, 오롯이 형노릇하겠다던 환이.

내 어린시절은 이런 추억이 없어서, 내 아이들의 지금의 유년기는 이런 아련함이 없어 부럽다.

 

갑자기 통영게 가고 싶다.

그리고 보고싶다.

멋진 기사님과 그의 그녀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알콩달콩 살면서 사납금 맞추고, 함께 요한 스트라우스의 음악을 듣는 모습을.

사랑하는 딸, 남주와 함께 행복으로 아우라를 만드는 모습을.

멋진 분, 김창환님이 참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그래야, 언젠가 또 이렇게 살맛나고 감칠맛나는 글이 쓰여질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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