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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의 피아니시모
리사 제노바 지음, 민승남 옮김 / 세계사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피아니시모.
Pianissimo, 음악에서 '매우 여리게'를 뜻하는 단어.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란다. 기억속 매우 여린 부분.
무엇을 말하는 걸까?
리사 제노바의 데뷔작이라는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는 희미해져가는 기억, 망각의 늪으로 빠져든 기억의 이야기,
알츠하이머를 다루고 있다.
알츠하이머.
<내 머리속 지우개>라는 영화를 보면서 알츠하이머라는 병이 흔하게 이야기하는 치매처럼 나이가 많은 어르신만의 병이
아님을 알았다.
그러면서도, 난 알츠하이머라고 하면 치매가 떠오르고,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떠오른다.
너무나 단정하시고 너무나 완벽하셔서, 할머니의 변화는 이해가 안됐다.
여든이 훨씬 넘으셨어도 단정히 쪽을 지시고 한복을 곱게 입으시던 그 모습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마, 나보다 그런 할머니의 모습을 지켜보시던 엄마는 더 아프셨겠지만 말이다.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는 2003년 9월 부터 2005년 9월까지의 기록을 이 책의 주인공, 앨리스의 입장에서 쓰고 있다.
50에 폐경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던 앨리스에게 자꾸만 깜빡깜빡 잊어버리는 증상들이 나타난다.
그런데, 그녀.. 앨리스가 누구인가?
하버드대 종신교수란다. 누구도 도전할수 없는 두뇌의 소유자이고, 남들은 기억저편으로 잊혀진 것까지도 기억해내는 대단한
기억력의 소유자이다.
그런 앨리스가 잃어버리기 시작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것을 잃어버리기 시작한다.
거울을 보면서 소녀적 그녀를 떠올리다 놀라고, 자신의 아이들과 남편을 보면서 누군지 몰라한다.
거리에서 길을 잃다가, 나중엔 집안에서도 길을 잃는다.
그렇게 그녀의 700일간의 기록이 나온다.
15개월동안의 임상 실험 약 이밀릭스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래도 그녀의 삶은 그렇게 황폐해지지는 않은 듯 하다.
에플로그를 통한 그녀는, 자신을 잃어버렸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가족들에게서 잊혀지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너무나 똑똑하고 멋진 그녀가 변화되어가는 가정은 조금씩 조금씩 허물어져가는 무래성 같다.
그러다 갑자기 무너져 버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를 보면서 할머니가 생각이 나 눈물이 났다.
할머니도 이러셨겠지? 할머니도.
가슴이 아프다. 그리고 깜짝 깜짝 놀란다.
이렇게 기억력이 대단한 그녀도 알츠하이머를 앓지 않는가?
요즘의 난 너무나 많은 것을 깜빡깜빡 잊는다.
입에서 멤돌뿐 나오지 않는 단어들이 있고, 하루에도 몇번씩 잃어버린, 잊어버린 무언가를 찾아헤멘다.
갑자기 멍해지고 답답해진다. 혹시 나도 이런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이 책은 해피엔딩일까, 새드엔딩일까?
행복만을 느끼고 있는 앨리스와 그녀를 보는 가족들.
잘 모르겠다.
내 주변에 또 다시 이런 일이 생긴다면 나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소설속 아밀릭스는 실패였지만, 머리 속 뉴런들의 질식을 막어주는 신약이 계발되길 바란다.
얼마나 끔찍한 첫 문장 이었는지 모른다.
그녀의 머리 속에서 뉴런들이 질식해 죽어가고 있었다. 귀에서 멀지 않은 곳의 누런들이었지만 너무 조용한 죽음이었기에 그녀
자신에게조차 들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