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점 알라딘 조유식사장

인터넷서점 ‘알라딘’의 CEO 조유식사장(41)의 이메일 아이디는 신밧드다. 회사명과 이메일주소에서 풍기듯 그는 아직도 행복경영의 꿈을 꾸고 고객들에게 희망을 나눠주고 싶어하는 동화같은 꿈을 간직한 사업가다. 알라딘은 2003년 최종결산 350억원의 매출을 기록,전년대비 17.5%의 성장을 이뤘으며 창업 5년만에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현재 서적 무료배송제도 실시로 잠시 주춤하는 상태이나 화장품 등 취급 품목다각화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사업계획이다.
“신밧드는 5대양 6대주를 모험하며 큰 부자가 되지 않나요. 고객이 바라는 꿈의 상거래를 이뤄낸다는 점에 착안,알라딘이란 상호를 고심끝에 생각해냈지요. 주인이 램프를 문지르면 지니가 나와 꿈을 이루어주듯 고객들이 우리 알라딘을 이용,미래에 대한 꿈을 일궈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실 조유식 사장에게 따라다니는 꼬리표중 하나는 386 운동권 출신 사업가다. 서울대 재학시절,북한에 의해 관악산 3호란 암호명을 받고 친북활동을 했다는 혐의를 당국으로부터 받았던 그는 북한의 실상을 보고 1백80도 전향했고 인터넷사업가로 변신했다.
“사립초등학교를 다니는 등 가정형편이 유복한 편이었지요. 비슷비슷한 친구들과 어울리다 대학 입학후 새로 눈뜨게 된 우리 사회의 그늘은 충격적이고 비합리적이었습니다. 대학 내내 학과공부는 거의 안하고 운동권 서적만 읽으며 데모하러 다녔지요. 결론부터 말해 저는 이같은 운동권 경험이 제 인생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해요. 인간적으로 남을 배려하고 힘든 것을 견디도록 하는 인내력,의지력을 키워주었으니까요. ”
그는 울산 현대중공업에 위장취업을 하고 노동운동을 하는 등 핵심운동권 학생이었지만 그 와중에서도 기업경영에 대한 꿈은 한켠에 간직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대학생이 학업에 나서지 못하고 데모에 나서야만 하는 비민주적 시대만 종언을 고하면 언젠가 포항제철같은 대기업의 조직을 끌어나가는 최고경영자가 되고 싶다고 늘 생각했다는 것.
운동권 하면 퍼뜩 떠오르는 이미지는 상대방을 설복시키는 선동적 언변과 확신적 언사다. 하지만 조사장은 이같은 선입관과는 달리 답답하리만큼 말투가 느리고,말도 한참을 우회적으로 돌리고 자문자답해가며 질문에 응하는 회의적 대화형. 이같은 지적에 그는 “대학시절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광장에 서면 학우들이 웃는 바람에 결코 단상에 오르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80년대 대학은 개인의 성공을 꿈꾸는 것자체가 비도덕적이라고 터부시되는 때였습니다. 당연히 자기계발을 위해 노력하고 투자하는 것은 꿈꾸기가 힘들었지요. 좀 더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상황에서 대학시절을 보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지요. 하지만 요즘 대학생들은 우리 때와 상황은 다르지만 마찬가지로 극복해야 할 딜레마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모두가 스테레오타입화돼서 고시공부에 매달리지 않나요. 우리 때는 모두 다 공부를 하지 않는 분위기라서 도서관족이 아니더라도 별로 손해볼 것이 없었거든요(웃음). 지식을 아무리 쌓은둘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대학은 성인의 관문이 되는 때인만큼 많이 경험하고 많이 배우면 나중에 후회를 덜하게 되겠지요. 남들이 간 길을 따라가지 말고 자기만의 개성을 가지란 것을 꼭 권하고 싶습니다.”
조사장이 6년간의 ‘말’지 기자생활을 마치고 미국유학때 인터넷 상거래에 주목,98년말 ‘알라딘’을 창립하면서 내세운 비전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기업으로 만들자’는 것.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기업은 가라”가 모토인 셈이다. 그는 이제 민주 대(對) 반민주의 이분법적 구도를 벗어나 ‘기업을 잘 경영하는 것자체가 선’이고 ‘기업의 수지를 내지 못하는 경영이 악’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혹시 노동운동 경력등이 현재의 CEO입지에 운신의 폭을 좁히게 하는 걸림돌로 작용하지는 않을까 궁금했다.
“저는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고 봅니다. 70,80년대만 해도 사회적 공동선을 추구한다는 것이 이윤을 추구한다는 것과 공존하기 힘든 연대였지요. 하지만 이젠 조화로운 공존이 가능하다고 봐요. 우선 사회 전분야에 걸쳐 신뢰수준이 높아지지 않았습니까. 남과 이윤을 같이 나누고 투명하게 경영하는 기업가가 사업면에서도 성공확률이 높아진다고 봅니다. 이제 비윤리적 사업주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해 이윤을 창출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봐요. 사회적 공동선을 추구하고,남에게도 혜택을 많이 주는 사람이 개인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지요. ”
책밖에 아는 것이 없어 인터넷서점사업을 창업했다는 조사장은 과연 1달에 몇권정도의 책을 읽을까. 그의 사무실엔 의외로 별도로 서가도 없이 책상위에 몇권의 신간서적과 그가 스스로 서평을 위해 집안에서 찾아내 가져왔다는 희귀본 ‘임꺽정(홍명희 저)’과 오래돼 표지가 바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등 서너권의 책만이 단출하게 놓여있었다.
“1달에 3∼4권 주변의 추천을 통해 검증된 책을 봅니다. 독서 트렌드나 신간유행서적에 민감하기보다는 조금 한발짝 늦게 가는 편이지요. 책구입비로 보통 월15만원 정도 써서 알라딘 플래티넘 회원이랍니다( 홍보용으로 출판사에서 보내오는 책은 서평용으로 직원들이 보고 자신은 책을 사서 본단다). ”
마지막으로 최근 불고 있는 청년창업바람과 관련,선배로서 충고해주고 싶은 말을 물어봤다.
“창업은 신중하면 신중할수록 좋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도 창업바람이 불고 있다는데 90%이상은 욕심으로 보여져요. 정말 자신이 사업에 적합한 스타일인지 냉정하게 판단하고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돈 명예 등 욕심을 부릴수록 실패할 확률은 높아집니다. 또한 창업을 위한 기본투자 비용뿐 아니라 조직을 위한 인재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취업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포지티브한 이유로 사업을 하고 싶은지등을 꼼꼼히 자가검증해봐야 할 것입니다.”
/?김성회기자?sa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