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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8-08 10:49  
ㆍ‘대통령 지시사항’ 따라 시·도교육청에 공문

ㆍ“대상인원 등 기재후 추진실적 보고” 요구도

정부가 ‘대통령 지시사항’에 따라 전국 일선 초·중·고교에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홍보하고 이에 따른 실적까지 보고하도록 지시해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논란과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학교를 ‘수입 쇠고기 홍보창구’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7일 교육과학기술부 등에 따르면 교과부는 지난달 31일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에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등에게 각종 회의 및 워크숍·토론회·연수 등을 이용해 미국산 쇠고기 대책 홍보에 적극 협조하고 그 추진실적을 20일까지 통보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정부는 지난 5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우려에 대해 “근거없는 헛소문”이라며 수입을 옹호하는 만화를 제작해 일선 학교에 배포(경향신문 5월10일자 9면 보도)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촛불집회’로 주춤했던 정부가 최근 초강경세로 정책기조를 바꾸면서 ‘미국산 쇠고기 홍보’가 재개된 것이다.

교과부는 ‘대통령 지시사항’을 홍보 지시의 근거로 제시했다. 공문에는 지난 6월24일 국무회의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총괄적으로 중앙부처 나름대로 학교선생님,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교육할 때 쇠고기 대책도 설명하도록 할 것”이라는 발언이 적혀 있다. 

공문은 학교 홍보대상 인원까지 명시할 것을 요구하는 등 매우 구체적이다. ‘포스터·유인물·리플릿·영상매체’ 등을 통한 상세한 방안도 안내돼 있다. 홍보 후에는 ‘기관명’ ‘일시’ ‘장소’ ‘대상 인원’ ‘방법’ ‘주요내용’ 등 기재란을 통해 실적도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이 공문은 각 시·도교육청을 통해 지난주에 이미 일선 학교에 배포가 완료됐다.

농림수산식품부·외교통상부·문화체육관광부가 작성한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라는 문서도 첨부돼 있다.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 ‘검역권한 강화’ ‘QSA 프로그램 시행’ 등 추가협상 결과를 나열하면서 “국익에 손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의 재협상 불가원칙을 옹호하고 있다. 내장·사골·꼬리뼈를 수입 제한에 포함하지 않은 이유가 “ ‘국제기준상 광우병위험물질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정부 입장도 그대로 실렸다. 

이 같은 정부 지침은 학교현장의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일선교사는 “광우병에 대한 정확한 과학적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면전환용으로 쇠고기 ‘계몽’을 시도하는 것은 옳지 않고, 학생들에게 큰 설득력을 갖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시·도교육청의 ‘자율성’을 강조하던 정부의 이율배반적인 지시라는 지적도 있다. 한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논란이 있는 정부시책을 홍보하고 실적 보고까지 하라는 지시는 이례적인 일”이라며 “홍보 실적은 결국 기관장의 충성도를 알아보는 잣대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선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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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점 알라딘 조유식사장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의 CEO 조유식사장(41)의 이메일 아이디는 신밧드다.  회사명과 이메일주소에서 풍기듯 그는 아직도 행복경영의 꿈을 꾸고 고객들에게 희망을 나눠주고 싶어하는 동화같은 꿈을 간직한 사업가다.  알라딘은 2003년 최종결산 350억원의 매출을 기록,전년대비 17.5%의 성장을 이뤘으며 창업 5년만에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현재 서적 무료배송제도 실시로 잠시 주춤하는 상태이나 화장품 등 취급 품목다각화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사업계획이다.


“신밧드는 5대양 6대주를 모험하며 큰 부자가 되지 않나요. 고객이 바라는 꿈의 상거래를 이뤄낸다는 점에 착안,알라딘이란 상호를 고심끝에 생각해냈지요. 주인이 램프를 문지르면 지니가 나와 꿈을 이루어주듯 고객들이 우리 알라딘을 이용,미래에 대한 꿈을 일궈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실 조유식 사장에게 따라다니는 꼬리표중 하나는 386 운동권 출신 사업가다. 서울대 재학시절,북한에 의해 관악산 3호란 암호명을 받고 친북활동을 했다는 혐의를 당국으로부터 받았던  그는 북한의 실상을 보고 1백80도 전향했고 인터넷사업가로 변신했다.


“사립초등학교를 다니는 등 가정형편이 유복한 편이었지요. 비슷비슷한 친구들과 어울리다 대학 입학후 새로 눈뜨게 된 우리 사회의 그늘은 충격적이고 비합리적이었습니다. 대학 내내 학과공부는 거의 안하고 운동권 서적만 읽으며 데모하러 다녔지요. 결론부터 말해 저는 이같은 운동권 경험이 제 인생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해요. 인간적으로 남을 배려하고 힘든 것을 견디도록 하는 인내력,의지력을 키워주었으니까요. ”

 


 그는 울산 현대중공업에 위장취업을 하고 노동운동을 하는 등 핵심운동권 학생이었지만 그 와중에서도 기업경영에 대한 꿈은 한켠에 간직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대학생이 학업에 나서지 못하고 데모에 나서야만 하는 비민주적 시대만 종언을 고하면 언젠가 포항제철같은 대기업의 조직을 끌어나가는 최고경영자가 되고 싶다고 늘 생각했다는 것.

 


 운동권 하면 퍼뜩 떠오르는 이미지는 상대방을 설복시키는 선동적 언변과 확신적 언사다. 하지만 조사장은 이같은 선입관과는 달리 답답하리만큼 말투가 느리고,말도 한참을 우회적으로 돌리고 자문자답해가며 질문에 응하는 회의적 대화형. 이같은 지적에 그는  “대학시절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광장에 서면 학우들이 웃는 바람에 결코 단상에 오르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80년대 대학은 개인의 성공을 꿈꾸는 것자체가 비도덕적이라고 터부시되는 때였습니다. 당연히 자기계발을 위해 노력하고 투자하는 것은 꿈꾸기가 힘들었지요. 좀 더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상황에서 대학시절을 보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지요. 하지만 요즘 대학생들은 우리 때와 상황은 다르지만 마찬가지로 극복해야 할 딜레마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모두가 스테레오타입화돼서 고시공부에 매달리지 않나요. 우리 때는 모두 다 공부를 하지 않는 분위기라서 도서관족이 아니더라도 별로 손해볼 것이 없었거든요(웃음). 지식을 아무리 쌓은둘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대학은 성인의 관문이 되는 때인만큼 많이 경험하고 많이 배우면 나중에 후회를 덜하게 되겠지요. 남들이 간 길을 따라가지 말고 자기만의 개성을 가지란 것을 꼭 권하고 싶습니다.”

 

 


 조사장이 6년간의 ‘말’지 기자생활을 마치고 미국유학때 인터넷 상거래에 주목,98년말 ‘알라딘’을 창립하면서 내세운 비전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기업으로 만들자’는 것.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기업은 가라”가  모토인 셈이다.  그는 이제 민주 대(對) 반민주의 이분법적 구도를 벗어나 ‘기업을 잘 경영하는 것자체가 선’이고 ‘기업의 수지를 내지 못하는 경영이 악’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혹시 노동운동 경력등이 현재의 CEO입지에 운신의 폭을 좁히게 하는 걸림돌로 작용하지는 않을까 궁금했다.

 


“저는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고 봅니다. 70,80년대만 해도 사회적 공동선을 추구한다는 것이 이윤을 추구한다는 것과 공존하기 힘든 연대였지요. 하지만 이젠 조화로운 공존이 가능하다고 봐요. 우선 사회 전분야에 걸쳐 신뢰수준이 높아지지 않았습니까. 남과 이윤을 같이 나누고 투명하게 경영하는 기업가가 사업면에서도 성공확률이 높아진다고 봅니다. 이제 비윤리적 사업주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해 이윤을 창출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봐요. 사회적 공동선을 추구하고,남에게도 혜택을 많이 주는 사람이 개인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지요. ”

 


 책밖에 아는 것이 없어 인터넷서점사업을 창업했다는 조사장은 과연 1달에 몇권정도의 책을 읽을까. 그의 사무실엔 의외로 별도로 서가도 없이 책상위에 몇권의 신간서적과 그가 스스로 서평을 위해 집안에서 찾아내 가져왔다는 희귀본 ‘임꺽정(홍명희 저)’과 오래돼 표지가 바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등 서너권의 책만이 단출하게 놓여있었다.

 


“1달에 3∼4권 주변의 추천을 통해 검증된 책을 봅니다. 독서 트렌드나 신간유행서적에 민감하기보다는 조금 한발짝 늦게 가는 편이지요. 책구입비로 보통 월15만원 정도 써서 알라딘 플래티넘 회원이랍니다( 홍보용으로 출판사에서 보내오는 책은 서평용으로 직원들이 보고 자신은 책을 사서 본단다).  ”

 


 마지막으로 최근 불고 있는 청년창업바람과 관련,선배로서 충고해주고 싶은 말을 물어봤다.


“창업은 신중하면 신중할수록 좋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도 창업바람이 불고 있다는데  90%이상은 욕심으로 보여져요. 정말 자신이 사업에 적합한 스타일인지 냉정하게 판단하고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돈 명예 등 욕심을 부릴수록 실패할 확률은 높아집니다. 또한 창업을 위한 기본투자 비용뿐 아니라 조직을 위한 인재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취업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포지티브한 이유로 사업을 하고 싶은지등을 꼼꼼히 자가검증해봐야 할 것입니다.”


/?김성회기자?sa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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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국방부 불온서적' 특별사이트 개설
  누리꾼들 "뭘 읽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잘 됐다"
 
  2008-08-01 오후 1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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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2008 국방부 선정 불온서적 23선 공개"라는 자리가 마련됐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우리들의 하느님>, <대한민국 史>, <나쁜 사마리아인들>, <지상에 숟가락 하나> 등 대중 교양 서적 및 문학작품 23권이 국방부가 선정한 '불온도서 목록'에 포함됐다"는 지난달 31일자 언론 보도에 따른 조치다.
  
  알라딘 "불온서적 중 읽은 책에 대해 '200자 평'을 올려달라"
  
  당시 보도에 따르면, 군 당국은 '불온도서 목록'을 '북한 찬양' '반정부·반미' '반자본주의' 등 세 분야로 나눠 제시했다.
  
▲ 알라딘 사이트에 '2008 국방부 선정 불온서적 23선'이라는 자리가 마련됐다. ⓒ알라딘

   또 군 당국은 '군내 불온서적 반입 차단대책'으로 △불온서적 취득시 즉시 기무부대 통보, △휴가 및 외출·외박 복귀자의 반입 물품 확인, △우편물 반입시 간부 입회 하 본인 개봉(확인)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보도가 나온 뒤, 온라인 공간에는 누리꾼들의 격렬한 반응이 쏟아졌다. 그리고 1일, 알라딘은 군 당국이 선정한 '불온서적'을 한데 모은 자리를 열었다.
  
  알라딘 측은 "23종의 불온서적 가운데 자신이 읽은 책에 200자 평을 댓글로 달면, 알라딘 적립금 1000원을 주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양한 '200자 평'이 쏟아졌다.
  
  "故 권정생이 이 소식 들었다면…"
  
  이날 '200자 평'을 게재한 누리꾼 '스위스'는 "<우리들의 하느님>이 불온서적에 끼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 이명박 정부가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운영하는 곳인지 잘 알게 됩니다. 이 기회에 <우리들의 하느님> 홍보가 잘 되었으면 합니다. 그동안 저 책 잘 모르는 분이 많아서 안타까웠는데 차라리 바람직한 일이 되었네요"라고 밝혔다.
  
  <우리들의 하느님>은 작고한 아동 문학가 권정생 씨의 글을 모은 책이다. 좌, 우 이념을 선동하는 글은 한 편도 없다. 자연과 벗하는 가난한 삶에 관한 글이 대부분이다. <몽실언니>, <강아지똥>의 작가로 널리 알려진 고(故) 권정생 씨는 삶의 대부분을 교회 종지기로 보냈다. 대단한 학력을 지닌 것도, 강한 신체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런 그가 남긴 글에 '불온'이라는 낙인을 찍은 국방부를 향해 누리꾼 '스위스'는 "권정생 님의 <우리들의 하느님>이 불온서적 리스트에 끼여 있는 걸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생전에 권정생 님이 이 소식을 들으셨다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이셨을까요"라고 적었다.
  
▲ ⓒ알라딘

  "국방부는 '삼성왕국'이 대한민국의 진정한 이름이라고 아는가 보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쓴 <대한민국 사>에 대한 '200자 평'을 쓴 누리꾼 '넷게릴라'는 "'가뜩이나 이 심난한 시대에 뭘 읽어야 하나'하고 고민하던 새 세대들에게 국방부, 추천도서 목록 확실히 작성해 주셨다"라며 군 당국의 조치를 비웃었다.
  
  이어 그는 "이제 이 목록들 열심히 퍼나르기만 하면 되겠다. 국방부뿐만 아니라 여러 부처에서 이런 양서목록 두루 만들어 주셔서 널리널리 보금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적었다.
  
  <프레시안> 기자들이 쓴 <삼성왕국의 게릴라들>에 대해 '200자 평'을 쓴 누리꾼 '쏘녀'는 "삼성 왕국이 대한민국의 진정한 이름인 것을 알고 이를 보호하기 위해 과감히 불온 서적 목록에 올린 것인가"라고 적었다.
  
  이어 그는 "(<삼성왕국의 게릴라들>이) 겉보기에는 국방과 하등 관련이 없어 진실을 모르는 뭇 민간인들의 비난이 충분히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위해서는 이를 기꺼이 감수한다는 것 아닌가"라며 "실로 대한민국의 적통성이 어디에서 오는지, 대한민국의 진정한 실체가 무엇인지 잊지 않는 혜안임과 동시에 군인다운 과감성이 돋보이는 선정이다"라고 적었다.

   
 
 
성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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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youtube.com/watch?v=rfm1B3sE_1c

 




왜 주경복을 지지하는가
  [진중권 칼럼] '미친 교육'에 대한 '촛불'의 심판 보여주자



한여름이라 그런가? 납량특집이 유행이다. YTN 낙하산 인사, KBS 사장 퇴진 압력, MBC에 대한 공격. 촛불민심을 만들어낸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대한 온갖 규제들. 노골적으로 정권의 충견으로 나선 경찰과 검찰은 촛불을 물어뜯는 데에 여념이 없다. 임기 초에 지지율 20% 초반이면 사실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정권. 무덤에 누워 반성해야 할 이 좀비가 다수의석이라는 형식적 권력에 기대어 도처에서 산 사람들을 공격하며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좀비의 이 주제넘음은 물론 다음 총선과 대선까지는 앞으로 4~5년이나 남았다는 여유에서 나온다. 한 마디로 '너희들이 아무리 끓어봤자 4~5년 동안은 합법적으로 우리를 몰아낼 방법이 없다'는 자신감이다. 그래선지 최근 촛불에 대한 정권의 전방위적 압력은 실로 극한을 향해 치닫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 강압적 통치가 그들을 구원해줄 것 같지는 않다. 시대착오적 억압은 시민들 마음속에 고스란히 스트레스로 쌓여, 또 다른 분출의 순간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듣자 하니 싱가포르에서 또 다시 외교적 해프닝을 연출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뺨 맞고, 중국에게 침 맞고, 일본에게 뒤통수 맞다가 이제는 북한에게마저 절절매는 신세가 된 무능한 정권. 이 '글로벌 호구'가 제 국민을 향해서만은 왜 이리 기세등등하게 서슬이 퍼런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황당한 상황에 긍정적 측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반 년 간 이명박 정권은 '선거 잘못 하면 나라가 어떤 꼴이 되고, 시민이 어떤 신세가 되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계몽적 역할을 충실히 해오지 않았던가.
  
▲ ⓒ프레시안

  밥 좀 먹자, 잠 좀 자자
  
  선거 다시 하려면 4~5년을 기다려야 하는 촛불시민들에게,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놓쳐서는 안 될 기회로 여겨지는 모양이다. 돌이켜보건대 촛불과 교육의 문제는 사실 애초부터 서로 맞붙어 있었다. 처음 거리로 나온 촛불소녀들의 피켓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밥 좀 먹자. 잠 좀 자자." 여기서 '밥 좀 먹자'는 구호는 미국산 쇠고기 급식에 대한 두려움을, 그리고 '잠 좀 자자'는 구호는 이명박 정권의 교육정책 앞에서 중고생들의 신체가 느낀 위협을 표현한 것일 게다.
  
  "학생들이 공부하다 과로해서 죽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한나라당 소속으로 서울시의회에서 교육문화위원장을 하는 분은 얼마 전 이 가공할 망언으로 MB식 교육철학의 정수를 보여준 바 있다. "저소득층이 늘어나면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 강남에 임대아파트 짓지 말라고 서울시에 공문을 보낸 서울시교육청의 행각은 MB식 교육철학의 또 다른 기둥이다. 이게 과연 제 정신 가진 사람이 할 수 있는 얘기인가? 이러니 '미친 교육'이란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촛불은 처음부터 이 병든 교육에 대한 거부이기도 했다.
  
  투표권도 없는 내가 주경복 후보 지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주 후보야말로 이 촛불의 정신을 대변하는 후보라고 믿기 때문이다. 투표율이 낮은 선거에서는 늘 조직력과 동원력을 갖춘 보수층이 쉽게 승리해 왔고, 이번 선거 역시 유감스럽게도 투표율이 그리 높을 것 같지는 않다. 이렇게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촛불후보가 기어이 승리를 한다면, 그것은 '촛불 민심이 이명박 정권의 미친 교육을 심판했다'는 확실한 사인이 될 것이다. 나는 그것이 정권으로부터 공격당하고 모욕당하는 촛불을 지키는 길이라 믿는다.
  
  과거의 경쟁력
  
  하지만 주경복 후보를 지지하는 데에는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그것은 한국 교육의 경쟁력을 위해서다. MB의 교육철학을 공유하는 이들은 저마다 입으로 교육의 '경쟁력'을 외친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경쟁력은 미래형이 아니라 과거형이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그들의 게을러서 굳어버린 돌머리는 경쟁력마저도 70년대식으로 이해를 한다. 분명히 말하지만, 우리는 70년대가 아니라 21세기에 살고 있다. 필요한 것은 미련하게 애들 잠 안 재우는 경쟁, 부모들이 벌이는 소모적인 소득수준의 경쟁이 아니다. 미래형 경쟁은 창의성과 상상력의 경쟁이다.
  
  경쟁력을 떠든다고 경쟁력이 생긴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기억하는가? 대통령 이명박씨는 "국내에 나의 경쟁자는 없다"며, 자기 상대는 미국의 부시, 러시아의 푸틴이라고 얘기했다. 그렇게 말하던 그의 국제경쟁력은 어느 수준이던가. 한 마디로 글로벌 호구가 아니던가. 하루에 네 시간 밖에 안 잔다고 자랑하는 게 MB 정권에서 생각하는 경쟁력이다. 생산력의 발전이 노동력의 단순투입만으로 이루어지던 70년대 초의 마인드. 그런 구식 경쟁력으로 세계로 나갔다가는 외교에 이어 경제에서도 글로벌 호구가 될 뿐이다.
  
  미래의 경쟁력
  
  후진국의 산업화는 대개 선진국에서 기계를 들여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다가 조금 발전하면 기계를 스스로 만들기 시작한다. 그때 쯤 선진국은 기계를 디자인만 하고 있을 게다. 개도국이 기계의 설계에 뛰어들 때쯤이면, 선진국은 원천기술의 개발을 인도나 중국과 같은 개도국에 떠넘긴 채 기술 경영만 할 것이다. 한 마디로 창의성 없는 기술은 급속하게 단순한 기능으로 전락해가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교육 경쟁력이란 바로 이런 시대 흐름에 부합하는 창의적 인력을 양성하는 데에서 나오는 것이다.
  
  MB노믹스의 한계는 곧 MB식 교육의 한계다. MB와 철학을 공유하는 후보들은 저마다 '경쟁력'을 떠든다. 하지만 그 '경쟁력'의 실체가 무엇인지 뜯어보면, 산업화 초기 단계의 마인드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다. '문제 푸는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은 다르다. 문제 푸는 능력은 결국 알고리즘에 익숙해지는 문제다. (사교육의 본질은 바로 그 알고리즘을 상품으로 제공해주는 데에 있다.) 반면, 문제 해결 능력은 그것과는 차원이 달라, 무엇보다 학생 스스로 자료를 검색하여 솔루션을 모색하는 주체성을 요구한다.
  
  나아가 문제 해결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게 문제 제기 능력이다. 이미 던져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쉬운 일이다. 진정으로 어려운 것은 아직 제기 된 적이 없는 새로운 문제를 던지는 것. 이는 최고의 창의성을 요구한다. 이미 세계 경제는 이런 종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MB주의자들이 떠드는 경쟁력이 어디 이런 것을 말하던가? 하루에 네 시간 밖에 안 자는 대통령. 이게 저들이 생각하는 교육의 모범이자 이상이다. 하루에 네 시간 밖에 안 자는 것은 부지런한 게 아니라, 그냥 미련한 것이다.
  
  경쟁과 협력
  
  주경복 후보는 공약으로 핀란드식 교육을 얘기한다. 세계 최고의 교육경쟁력을 자랑한다는 핀란드. 이 나라의 운영원리는 거의 모든 면에서 MB이념과는 대극을 이룬다. 노무현 정권마저 '좌파'라 부르는 가재미들의 눈에 핀란드와 같은 북구 사회는 아마 극좌 공산주의 사회처럼 보일 것이다. 핀란드의 고교내신은 달랑 '잘 함', '중간', '못함'의 세 등급으로 이루어졌다고 들었다. 소수점 아랫자리까지 따져가며 학생들 줄 세우는 것으로도 모자라 아예 중고등학교까지 성적 별로 서열화하는 게 교육경쟁력의 요체라 믿는 이들은 아마 이게 이해가 안 될 것이다.
  
  가장 사회주의적인 나라가 동시에 가장 높은 자본주의적 경쟁력을 갖추었다. 이 사실이 미래를 헤칠 머리가 없어 과거에 집착하는 굳은 머리로는 도저히 납득이 안 될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상상력의 한계다. 자본주의적 생산도 어차피 사회적 생산, 그것도 거대한 사회적 협업의 체계로 이루어져 있다. 한 사회의 경쟁력은 바로 이 협업이 얼마나 효율적이며 창의적으로 이루어지는지에 달려 있다. 교육의 이념도 바로 이 명백한 사실의 인정에서 출발해야 한다. 친구를 밟아야 내가 생존하는 소모적 경쟁은 반(反)사회적인 것이다.
  
  '한 사람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 미학에서도 이미 100년 전에 포기한 낭만주의적 천재론이 한국에서는 경제학의 행세를 한다. 대통령이 CEO를 하고, 전 국민이 그의 수족이 되어 움직이면 경제가 성장한다는 전근대적 미신이 한국에서는 버젓이 경영학의 행세를 한다. 한 사회의 경쟁력은 자신을 천재 혹은 엘리트라 믿는 과대망상증 환자들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게 아니라, 경제 주체 하나 하나의 능력, 그것들의 효율적 결합, 그 결합이 만들어내는 전체적 창발 효과에 달려 있다. 교육의 이념은 이 상식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내 안의 MB
  
  마지막으로 남을 탓하기 전에 우리가 반성해야 할 게 있다. MB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것은 사실 우리들 내면의 명박스러움이었다는 점이다. '경제만 성장시켜 준다면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다'는 게 지난 대선의 표심이 아니었던가. 교육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MB식 교육정책을 낳은 것 역시 우리들 내면의 명박스러움이었다. 요란하게 사교육을 탓하는 학부모들에게 솔직하게 물어 보자.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되든 내 아이만 잘 가르치면 된다.' 아니, '다른 아이들이 못할수록 내 아이에게는 유리하다.' 솔직히 당신들 스스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다른 아이야 어떻게 되든 내 아이의 점수만 높이면 된다.' 이것이 사교육을 성행하게 만드는 우리 내면의 명박스러움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얼마나 효율적일까? 애들은 애들대로 고생하고, 부모는 부모대로 허리가 휘고, 교육은 교육대로 망가질 뿐. 진정으로 공교육을 살리고 싶다면, 우리 내면의 명박스러움부터 척결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 우리가 함께 잘 가르쳐서, 나중에 그 결실을 함께 나누자.' 이것이 바로 우리가 되찾아야 할 공교육의 이념이다. 정의로운 것이야말로 효율적인 것이다.
  
  내가 주경복 후보를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와 관련이 있다. 나는 그의 당선이 한국의 교육현실을 일거에 바꾸어 놓을 거라 믿지는 않는다. 다만 그의 당선이 이런 사회적 인식의 전환을 위한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믿을 뿐이다. 진정한 승리는 그저 특정 후보를 교육감으로 당선시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괴물 정권과 괴물 정책을 출산한 우리 내면의 괴물을 반성하고 척결하는 것.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는 우리 내면의 명박스러움을 태워 없애는 또 하나의 촛불집회, 즉 정신적 성숙과 정화의 의식이 되어야 한다.


 

 
출처-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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