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범, 고래
차재이 지음 / 차콜(도서출판) / 2026년 8월
평점 :
.📚#협찬 📍강인함과 따뜻함을 가진 여성의 삶.
그래서 나는 <범, 고래>사이의 쉼표를 기억하고 싶었다.
▪️범, 고래 - 차재이 소설
▪️출판사 - 차콜
한 여자의 삶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걸 겪은 옥순.
그리고 그녀의 엄마 응천, 딸 미경, 손녀 은수까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온 네 여자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시대를 앞서 나갔던 옥순의 엄마 응천.
온갖 풍파를 온몸으로 견디며 살아낸 옥순.
그래서 자신의 삶만큼은 딸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미경. 그리고 비혼주의를 말하면서도 어디선가 아이를 데려온 은수.
서로 닮고 싶지 않았고,
어쩌면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웠을 네 여자.
그런데 읽다 보니 문득 궁금해졌다.
이런 것도 유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상처도, 사랑도, 살아남는 방식도
어쩌면 피를 타고 흐르는 것처럼 이어지는 건 아닐까.
<범, 고래>를 읽으며 원래 에세이를 쓰던 작가라 그런가..문체가 정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정말 있었던 이야기를 조금씩 각색해 들려주는 것 같기도 했다.
읽으며 엄마가 늘 하던 말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났다.
“너는 엄마처럼 살지 마라.”
참 이상하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하고 거칠어야 했는데,
내 자식에게만큼은 나와 다른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
그래서일까.
나는 미경의 나이에 조금 더 가까운데도
이상하게 옥순에게 더 마음이 갔다.
옥순에게서 우리 엄마가 보였고,
할머니가 보였고,
어쩌면 지금의 나도 보였기 때문이다.
살기 위해서는 범처럼 강해야 했지만
누군가를 품을 때는 고래처럼 넓고 따뜻했던 여자들.
두 번째 이야기 <물비늘>은 조금 달랐다.
신내림을 소재로 한 이야기라 그런지 처음에는 쉽게 들어오지 않았다. 한 번 읽고 다시 앞으로 돌아가 한 번 더 읽어야 했을 만큼 조금 난해했다.
하지만 <범, 고래>를 읽고 나니 <물비늘>까지도 결국 같은 질문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무엇을 물려받고, 또 무엇을 다음 사람에게 남기는가.
기억일 수도 있고,상처일 수도 있고,사랑일 수도 있다.
그래서 <범, 고래>는 단순히 네 여자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시대가 달라도, 삶의 모습이 달라도
여자들은 그렇게 자신의 몫을 견디며 다음 세대로 무언가를 건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쉼표.
범, 고래.
강인함과 따뜻함,상처와 사랑,
그리고 한 시대와 다음 시대 사이의 잠깐의 숨.
나는 그 쉼표가 이 책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