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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윤종용 - 창조와 혁신의 리더
홍하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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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를 세계 톱 클래스의 기업으로 키운 공은 단연 이건희 회장에게 돌아가야 하겠지만, 그의 최측근의 조력자로서  실행을 담당한 인물인 이학수 부회장, 윤종용 부회장 등의 공로도 컸을 것이다. 이 책은 윤종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어떤 혁신을 가져왔나를 소개하고 있지만, 너무나 피상적이어서 부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세계 톱클래스 기업을 만들어낸 CEO라면 뭔가 있을텐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게 뭔지 알 수 없었다. 좀더 취재, 분석을 해서 쓰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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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 끝나지 않은 전쟁, 끝나야 할 전쟁
박태균 지음 / 책과함께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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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나온지 제법 됐건만 미적거리다가(그냥 도서관에서 빌려볼까?) 주문했다. 그리곤 받자 마자 그날로 다 읽었다. 쉽게 술술 읽히도록 잘 쓴 책이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이라... 학술적 논쟁거리도 많고, 또 일반인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도 많은 주제 아닌가. 이 책으로부터 많은 것을 새로 배웠다.

  우선, 책의 제목이자 전쟁의 이름, 한국전쟁이다. 한국전쟁이란 외국인들이 이 전쟁에 붙인 이름인 Korean War를 번역한 것이기에, 나는 우리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오늘과 장래까지도 큰 영향을 미칠 이 전쟁에 왜 외국인들이 붙인 이름을 써야 하나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저자에 의하면 그것이 단순히 민족 내부의 전쟁에 그치지 않고, 세계정세를 선도하고 그를 일변시킨 국제적 일대 사건이기에, 단지 6.25전쟁 등의 이름은 적절치 않다고 한다. 새삼 공감한다.

  그리고는 정말로 궁금한 사항들을 참 잘 설명해 준다. 누가 전쟁을 일으켰는가, 미국, 소련, 중국의 입장은 어떠했는가, 왜 1950년 6월 하순이었나, 왜 북한군은 서울에서 미적거렸나, 미군이 즉각 개입했음에도 처음에는 왜 계속 밀렸나, 인천상륙작전이 얼마나 대단한 작전인지, 그럼에도 서울 탈환이 늦어진 것은 그후의 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유엔군이 압록강까지 죽 밀고 올라간 것은 적절한 전략이었나... 별로 공부한 바가 없는 나로서는 많이 배웠다.

훌륭한 책이요, 저자의 능력과 수고가 대단하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지만, 전쟁을 보는 시각에 의구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저자는 그야말로 객관적인 현대사연구자의 입장을 견지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책 날개에도 인용되어 있지만, "필자는 남한 사람도, 북한 사람도 아닌, 미국사람도, 중국 사람도 아닌, 한 현대사연구자의 입장을 견지하고자 했다." 아마도 그렇기에 제4장의 제목이 "전쟁은 실패의 연속이었다"가 되었으리라. 북한과 남한, 미국 모두 실패를 계속 저질렀고 그렇기에 어느 쪽도 다른 쪽을 이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남이든 북이든 어느 쪽도 편들지 않고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객관적이라 할 수 있을까. 혹 '민족'의 입장에서 본다고 할지모르지만, 도대체 민족의 입장이란 무엇인가? 남과 북의 어느 한쪽은 편파적이요, 민족은 중립적, 객관적인가. 대한민국이 주는 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사람들이, 그 대한민국의 탄생에서 기인했고, 그후 대한민국이 가는 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전쟁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으랴.

이 시대를 분단시대로 보는 많은 국사학자들은 민족 통일이 지상과제요, 따라서 이승만이나 김일성과 같은 분단의 주역보다는 김구와 같이 그를 막으려 했던 사람들의 활동에 더 높은 점수를 준다. 한민족이 남북한 체제가 아닌 다른 길로 갈수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리고 만약 그랬더라면 그 결과가 상당히 달라졌겠지만, 그러한 가정 하의 논의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실제로 진행된 역사가 중요하지 않나. 분단국가이긴 하지만, 대한민국의 경우 그 엄청난 건국비용은 이미 뽑았다고 본다. 한반도의 절반이라도 건져서 대한민국을 세웠고, 한국전쟁때 단칼에 쓸려서 지도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었는데 비록 더러운 외세의 힘을 빌려서라도 지켰고, 그후 불과 반세기만에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강소국을 만들고 있다는 시각에서, 어린 시절부터 정말 지겹도록 들어온 반공이데올로기의 시각이 아닌, 대한민국의 시각에서 한국전쟁을 볼 필요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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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은 반역인가 - 우리 번역 문화에 대한 체험적 보고서
박상익 지음 / 푸른역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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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회의 문화 콘텐츠를 구성함에 있어 번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한 책.

각 언어를 사용하는 세상의 어느 민족, 혹은 국민도 혼자서 문화를 창조할 수는 없다. 어떤 문명은 좀더 앞서거나 뒤쳐지며, 또 우열을 따질 수 없는 각각의 특성을 갖는다. 이런 문명간의 교류를 통해 한 사회의 문화와 기술은 풍요로워진다. 문화민족으로 자부하는 한민족이건만, 우리가 전통시대에 중국 바로 옆에 있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근대이후로는 일본과 미국과 깊이 얽히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그 선진 문명 사회들과의 교류(때로는 폭력적인 형태도 취한다)가 없었더라면, 오늘날의 이 작지만 역동적인 한국 사회는 없었을 것이다. 이 교류의 핵심 수단 중 하나는 외국어 이해 및 구사 능력이지만, 단지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어 외국 문물을 이해할 수 있는 것만으로는 한 사회의 문화 콘텐츠는 풍부해지지 않는다. 그것이 자국의 언어로 옮겨질 때에만, 더 많은 자국민이 외국 문물을 이해할 수 있고, 도입된 문화가 자국 문화에 수용되고 새로운 문화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이 점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우선 이 책은 중요하다.

  아울러 이 책은 우리의 번역 현실이 얼마나 열악한지도 낱낱이 드러냈다. 번역의 인센티브가 별로 없기에, 우선 번역되어야 할 것이 번역되지 않고, 또 그나마 번역된 것들도 마구잡이요, 엉터리 투성이다.  이 점을 시정해야 할 정책당국자는 문제의 존재조차도 인지하지 못하여 수수방관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뛰어난 외국어 구사능력이 있는 지배층이 지식을 과점하려는 음모(?)조차도 엿보인다.

 물론 이 책은 출판시장의 일각에서 제대로 된 번역을 위한 노력이 경주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를 비롯하여 번역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있는 일부 학계 인사들, 저자가 '독립연구학자'라 부른 무소속 지식탐구자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적나라한 시장에서 끊임없이 검증받고  있는 출판사 편집자들이 그 주역이다. 희망을 가질만하다(다만, 한국어가 앞으로 100년을 내다본다면 경쟁력이 없다는 유명 컨설턴트의 단언은 마음을 어둡게 한다.)

이런 중요한 이야기를 매우 쉽고, 재미있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아니 이 책의 저자는 뛰어나다.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글은 막힘이 없이 술술 읽히고, 재미있다. 게다가 감동(?)까지 준다. 번역은 할수록 어렵다는 저자의 고백은 저자가 번역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를 말해준다. 저자는 책을 한 권 번역할 때에는 약 1백권의 책을 사들여서 참고한다니, 아니 일단 책은 '지르고 본다'니, 연구자 내지 지식노동자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도 깨우쳐 준다.

어떤 분야건 간에 지식의 갈증을 느끼며 책을 가까이 하는 독서가들은 한 번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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