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프로이트 - 인간 심리의 비밀을 탐사하는 뇌과학 이야기
스티븐 존슨 지음, 이한음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뇌과학, 신경과학의 성과에 입각해 우리 정신, 마음을 확 열어젖히고 그 안을 들여다본 책이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라 읽기에 부담스럽지도 않고 지나치게 전문적이지도 않다. 정신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줄 뿐 아니라 매우 유용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평소 사이가 안좋은 직장 동료가 승진에서 물을 먹었다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할까. 아마 '잘 됐다, 쌤통이다'는 즐거운 느낌이 곧바로 스쳐 지나간 후, 남의 불행을 즐거워하지 말자고 마음을 고쳐먹을 것이다. 또 어떤 일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도 곧 그 일은 잊지만, 기분나쁜 느낌은 계속 남는다. 이는 우리 머릿속에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여러 가지 생각, 느낌이 중첩되어 자리잡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저자는 우리의 두뇌가 하나의 통합중앙처리장치를 가진 범용컴퓨터 같은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기능과 성향을 보이며 상호 경쟁하는 모듈들의 집합체라 한다. 우리 머리속에서는 즐거움, 슬픔, 공포감, 분노 등의 감정, 사물과 타인의 인식, 기억, 지각, 판단을 담당하는 각각의 모듈이 때로는 조화를 이루거나 때로는 충돌하며 우리 의식의 지배권을 다툰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뇌속에 정글이 있다"거나 "뇌 속에는 속셈을 알 수 없는 친구들이 살고 있다"는 비유로 표현하고 있다.

끔직한 사고를 당했을 때는 즉각적인 공포-도피반응이 나타나고 그 기억이 강하게 남아 우리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지만, 이는 또한 떨칠 수 없는 공포감으로 남아 계속 우리를 괴롭히기도 한다. 저자는 우리가 이 부정적인 사건을 단순히 다시 떠올려서는 안되고, 그냥 잊거나 그 기억을 변형 재창조해야 한다는 처방을 내놓는다.

또 많은 청중 앞에서 강의하거나 연설할 때 지나치게 긴장해서 할 말을 못하기도 하는데, 이는 집중하려는 우리의 의식과 의지가 외부세계에 계속 주의를 기울이는 우리의 감각에 눌렸기 때문이다. 저자는 타이거 우즈가 수많은 갤러리들의 환호로부터 자신을 차단하여 거의 초월적인 명상 상태에서 공을 친다고 하면서,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여 처리하는 감각기관으로부터 자신의 의식을 어떻게 차단하는가가 관건임을 분명히 한다.

저자는 자신의 뇌를 fMRI로 촬영해 보니, 자신이 글을 쓰고(생각하고) 있을 때 뇌의 언어중추외의 다른 부위는 일체 움직임이 없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계산능력이나 암기력, 음악창작력 등 두뇌 각 기능의 재능도 중요하지만, 뇌를 잘 조율하고 정돈하는 능력도 중요함을 알려준다. 모름지기 어떤 성과를 내려면 집중력은 필수인데, 잘 조율되고 정돈된 뇌가 바로 이를 뜻하는 것이리라.   

일부만 소개했지만, 대단히 재미있고 유용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다만, 제목을 <굿바이 프로이트>라 했지만 원제에 가깝게 <마음 열어젖히기>, <마음을 들여다보다>로 했으면 더 나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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