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은 없다 - 마거릿 대처의 생애와 정치
박지향 지음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의 대처는 언제 나타날 것인가?

저자가 300페이지 넘는 책을 마치면서 던진 질문이다. 이 책을 반 넘어 읽었을 때 불현듯 한 광고 카피가 생각났다. "지금 필요한 건 뭐?" 대답은 '스피드'가 아니라 '대처'다.

마가릿 대처, 그녀는 시대를 바꾼,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인물이다. 케인즈식 혼합경제, 사회민주주의체제를 받아들인 결과 경제침체와 높은 실업, 만성적 재정적자, 생산성 저하로 어려움을 겪던 영국은 그녀에 의해 경제 번영과 건전한 재정, 생산성 향상으로 방향을 돌릴 수 있었고, 국가와 사회를 탓하며 의존하던 영국인들은 그녀로 인해서 책임감있고 자립적이고 자조하는 사람들로 바뀌었다.

대공황 이후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며 완전고용을 지향하는 케인즈주의는 주류 경제학 사조로 자리잡았고, 이것에 전통적인 사회민주주의 사상이 더하여져 제2차대전후 유렵의 복지국가, 사회민주주의체제가 자리잡았다. 영국이 그 전형이어서, 주요 산업이 국유화되고 기업은 보호를 받으며 적자까지도 보전되고, 노동자는 권한 만능의 노동조합을 배경으로 고용와 임금인상이 보장되었다. 이는 당장은 국민들에게 달콤한 것이었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이 어디 있는가. 그 대가는 산업생산의 침체,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물가인상, 제품과 서비스의 질 저하였다. 그것이 30년 넘게 지속된 1970년대 말 영국의 사민주의체제는 더이상 지속될 수 없었고, 대처가 권력을 잡게 되었다.

그녀는 권좌에 오른 후 노동조합의 불법 파업에 단호히 대처하면서 노동조합에 엄청난 권한을 주었던 노동관계법을 개정하였고, 비효율의 온상이었던 국영기업들을 민간에 매각하여 민영화했으며, 공영임대주택을 판매하여 주택 소유층을 길렀으며, 나아가 의존의식이 깊이 뿌리박힌 국민들에게 자조, 자립, 책임의식을 불어넣었다.

이 과정은 지난한 투쟁의 과정이었고, 대처는 선봉장이었다. 그녀는 구구절절 공감이 가는 말의 성찬을 보여주었다.

- 재정적자를 줄이겠다면서 : "많은 현명한 주부가 수입의 범위 안에서 알맞게 지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가정 주부도 잘 해내는 일을 어째서 정부가 못한단 말입니까?"

- 도덕적 해이와 의존문화를 비판하며 : "사회같은 건 없습니다. 각각의 남자와 여자, 그리고 가족이 있을 뿐입니다...사람들은 자기자신부터 돌봐야 합니다. 자신을 스스로 책임지고 나서 이웃을 보살피는 것이 우리의 의무입니다."

"만약에 환자를 불쌍히 여겨서 '그냥 가만히 누워 있어요. 필요한 것은 내가 다 가져다 주고 보살펴 줄께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혹은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봐요'라고 채근하는 간호사가 있다고 칩시다. 둘 중에 누가 더 좋은 간호사인가요? 당연히 후자이고, 내가 바로 그런 간호사입니다."

"나는 열심히 노력하지 않고 정상에 도달한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비결입니다. 노력은 항상 여러분을 정상에 오르게는 못하겠지만 거의 근접한 곳에 도달하게 합니다."

- 부를 긍정하며 : "돈 자체는 목적이 아닙니다. 돈은 단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게 해주는 수단입니다. 실제로 재산은 이기적 사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관용의 사회, 베푸는 사회를 만듭니다."

- 교육에서의 평등에 대하여 : "교육의 관건은 기회입니다. 그리고 기회는 불평등해질 기회입니다. 아이들의 유일한 기회가 평등해지는 것이라면 그것은 결코 기회가 아닙니다. 기회는 평등의 반대입니다." 

- 어정쩡한 중도파를 경멸하면서 : "길 중간에 서 있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양쪽에서 오는 자동차에 치일 위험이 있으니까요." 

 유럽 복지국가를 상징하는 표어인 "요람에서 무덤까지"란 말은 얼마나 달콤한가. 하지만 그런 사회는 지속불가능하며 인간을 의존적이고 게으르며 뻔뻔하게 타락시킨다. 이 환상을 깨트린 것이 대처다. 대처 이후의 사회는 그 이전의 사회와 방향이 전혀 달라졌다. 민영화, 시장경제화, 경제자유화의 세계적인 흐름의 물꼬를 앞장서 튼 것이 대처였다.

그 주체가 북한이든 불법파업노동자 혹은 불법시위 집단행동자든 생떼를 쓰고 난동을 부리면 달래서 퍼줄 생각밖에 못하고, 국토 균형발전이랍시고 수십조원을 풀어서 국토를 거대한 투기판으로 만들며, 연금적자에 따른 재정파탄이 불보듯 뻔한 데도 훗날 자손세대의 부담은 아랑곳 하지 않고 오늘 내 몫을 챙기는 데 여념이 없고, 무엇이든 사회탓, 나라탓하는 무책임하고 의존적인 풍조가 만연되어 있는 오늘의 한국 사회에 필요한건 무엇일까? 저자가 2007년이 저물어가는 지금 이 책을 낸 취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우리 사회가 가는 길을 염려하는 사람들은 실력 있는 영국사 전공자가 쓴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