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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고통 - 고통과 쾌락, 그 최적의 지점에서
폴 블룸 지음, 김태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4월
평점 :
누가 고통을 즐기겠는가.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는 한 번쯤 생각하게 된다. 아, 나도 고통을 즐기는 사람이었을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저자는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 고통이 정말 괴롭고 불편한 고통을 말하는 것만은 아니다. 두 가지의 고통으로 나누어 저자는 소개한다. 첫 번째는 우리가 고통을 느끼는 대신 쾌락을 안 겨주는 고통이다. 다른 하나는 고통을 느끼되, 이 고통이 우리의 삶을 조금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이다. 처음에는 무슨 차이인가 싶겠지만 이 두 가지의 고통은 다름을 갖고 있다. 가장 쉽게 고통을 느끼는 부분을 찾아본다면, 운동이 아닐까 한다. 슬슬 산책하듯 걷는 것도 과도하면 다리나 허리가 아프다. 하지만 이런 슬슬 산책이 아닌 장소가 높은 산으로 바뀐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그 높은 산을 올라갈 때까지 우리는 다리가 터질 것 같은 고통을 느끼게 된다. 물론 정상에 올랐을 때는 우리에게 나름의 쾌락이 주어진다. 이게 바로 저자가 말하는 고통 중의 하나이다. 불쾌하지만 결국 잘 산 삶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고통, 바로 그것이다.
고통과 쾌락, 그 사이의 것들을 이 책에서는 탐구해 나간다. 초콜릿 케이크를 먹기 전에 얼음물에 손을 넣는다거나 하는 행동이, 맛을 배가시킨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이 책에서 말하는 고통 끝, 쾌락의 사례이다. 저자는 고통이 가해진 후, 달콤한 맛은 더욱 맛있게 느껴진다고 한다. 저자는 자해의 고통을 다루기도 하고, 권태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삶이 고통으로만 이루어져 있어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란 걸 알려주기 위해, 짧은 대화가 실려있었다. 고통 없는 삶은 없다는 것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여행에 있어 선택지를 받게 된 사람들은 좋은 결과인 선택지가 아닌 것을 선택했을 때, 느껴지는 고통 또한 추억이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언젠가 그랬었던 기억이 난다. 여행에서 조금 불편한 경험이 있더라도 하나의 추억쯤으로 생각했던 기억 말이다. 저자는 우리가 고통 없이 살기를 바라지만 그렇다고 영원한 행복 속에서 살 수도 없다고 말한다. 고통을 우리에게 나름의 안전 장치로, 위험을 피할 수 있는 도구라고 말한다.
어쩌면 이 책의 내용이 조금 난해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살면서 고통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고통에 대한 이해, 그 고통 후에 우리가 취한 행동과 생각들이 이해되는 시간이 되어 줄 것이다. 단순히 고통스러워서 괴롭다가 아닌, 고통으로 인해 얻는 것들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 그러한 시간 말이다. 고통이 무엇인지, 이 고통이 우리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