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 - 권기태 장편소설
권기태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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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를 보면 슬며시 웃음이 난다. '중력'이라는 제목과 참, 잘 어울리는 그림이다. '중력'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상상을 하자면 여러 가지 내용이 예상되지만, 이 책은 예상과 예상 밖을 오가며 읽는 사람을 휘감는다. 간단히 정리를 하자면 '우주인'이 되고 싶은 어떤 한 사람, 그 사람의 '우주인 되기'에 대한 일대기이다. 이는 정말 단순하게 표현한 것이고, 실상 읽기 시작하면 우주인이 된다는 것은, 왜 그가 우주에 가고 싶어하게 되었는지 등 복잡한 이야기가 하나씩 풀려나간다. '우주인'이 되는 것은 매체를 통해서 떠들석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로 인해 '우주인' 되기가 낯설지는 않지만 여전히 다른 나라, 다른 유형의 사람들 이야기만 같다. 그런데 이 책은 마치 옆의 직장 동료가 '우주인'에 도전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그대로 전해지는 상황들이 있고, 그 상황들과 함께 연결되어 있는 가족들의 모습, 그리고 그것과 함께 진행되는 '우주인 되기'는 낯설지만 낯설지 않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결론은 '우주인'이 되었단 거야? 안 되었단 거야?라는 질문이 먼저 등장할 수 있다. 차분히 책을 읽다보면 이 질문보다도 다음 상황이, 그리고 이전 상황이, 그리고 또 다른 새로운 상황이, 궁금해져서 주인공의 '우주인' 결말에 대한 기대보다는 책 내용 자체에 대한 기대를 많이 하게 된다.

 

'우주인' 되기가 큰 틀이지만 '중력'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소설 속에 많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또한 어떤 상황에 처해지더라도 주인공이 극복해 나가는 방식이,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 눈여겨 보이는 것은 또 하나의 관점 포인트다. 만약 나라면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그런 열정이 생기는 것일까? 우주가 정말 얼만큼 좋으면 그럴 수 있을까? 등의 질문이 끊임없이 생긴다. 읽기 시작하면 빠져들어 책을 쉽게 내려놓기 어렵다. 그 다음이, 또 그 다음이 계속 궁금한 책이기 떄문이다.

 

'중력'에 대한 제목이 매력적이라면, '우주인'이 되고 싶었던 사람이라면, 막연하게 '우주'에 대한 동경이 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우주인'이 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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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5
노자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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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서평을 찾아보는 사람들이라면, 어느날 갑자기, 또는 한 번쯤은 어려운 책에 대한 나름의 두려움 극복이 목적일 것이다. 물론 아닌 분들도 계시겠지만, <도덕경>이 어디 쉽사리 읽혀지는 책이겠는가. <도덕경>에 선뜻 손을 내민 것은 삶의 전환점에 뭔가 조금 더 깊이있는 고민, 생각이 필요하지 않을까에서 출발되었다. 그런 사람이 <도덕경>이 도경과 덕경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는 것은 지금 다시 생각해도 조금 우스운 일이다. 무게감 있고 깊이가 있지만 이해는 하고 싶은 책, 그런 책이길 바라고 그런 책이었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한 기억이 무겁기만 하지는 않다.

누군가 역시 이 책을 선택한 이유가 삶의 무게를 조금 더 늘리고 싶어서라면, 더듬거리며 읽는 한문과 읽고 또 읽으며 의미를 깨달아가는 해석, 그리고 '깊이 읽기'에 대한 감흥을 꼭 느껴보시라 권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도경이 덕경에 비해 조금 더 이해가 수월했고 와닿는 문장들이 참 많았다. 완벽한 이해는 아니겠지만 지금과는 다른 시대에서도 이런 고민과 생각들이 있었다는 사실에 내심 놀라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순간들이었다. 여러 종류의 책들이 출간되고 있는 사이에서 이러한 묵직한 책 한 권 쯤은 꾹꾹 눌러가며 읽는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하게 느껴졌다.

도경 중에 "가장 좋은 통치자는 백성들이 그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는 상태이다."라는 문장이 있다. 물론 한문에 대한 해석은 100% 책의 해설에 도움을 받아 읽었지만 이 문장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있는지 모르는 상태 다음에는, 그에게 친근감을 느끼고 칭찬하는 것이 그 다음이라고 한다. 대개 사람들은 있는지 모르는 상태보다 자고로 리더란, 친근감을 느끼고 칭찬받는 것이 가장 앞선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던 사람 중의 하나이기에, 딱히 할말은 없다. 이 장은 특히 노자의 정치 사상이 잘 표현되었다고 하는데, 노자가 어떤 마음으로 이 문장을 썼을지, 잠시 그 때 그 마음을 얼핏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도덕경>이라는 제목에 벌써 저 멀리 멀어져 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살면서 굳이 이런 책을 읽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테지만, 한 번은 읽어보기 좋은 책이다. 어려운 문장이 가득하고 이해하지 못할 해석들이 있으니 억지로 공부하듯 읽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어렵지 않게 다가오고, 공감할 수 있는 문장들로 해석해 두어 충분히 접근하기에 어렵지 않다. 도경과 덕경으로 나누어진 것을 모르셨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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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사는 게 전부가 아닌 날도 있어서 - 14년 차 번역가 노지양의 마음 번역 에세이
노지양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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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확 와 닿는다'로 시작한 이 책과의 만남은, '작가'같은 이름을 가진 '노지양' 작가님의 이름을 남겼다. 많은 책을 접하고 읽고, 때로는 읽다 마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그때마다 어떤 작가님 이름은 그리 외워도 뒤돌아 서면 기억에 남지 않는데, 책 내용 중 이 말이 그렇게도 머릿속에 와서 콕 박혔다. 작가 같은 이름을 가진 작가님.

 

번역가로서 활동하고 계신 작가님은 이전에 방송 작가로 일한 적이 있으셨다고 한다. 이 책을 고르게 된 계기도, 왠지 모를 방송 작가 경력에서 나오는 재치, 말 솜씨 등이 기대되었기 떄문이다.

 

조금은 독특한 구성을 가지고 있는 이 책은 번역가 답다고 표현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에세이라는 것이 자신의 일상을 누군가 공유하고, 누군가에게 공감받는 것이 하나의 의미일진데, 다양한 주제들에 걸맞는 영어 단어가 소개되고 있었다. 나의 일상에 대한 글을 쓰면서 그를 한 단어로 (그것도 타국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은 가히 감탄할만하다. 더불어 영어 단어에 대한 지식도 얻을 수 있는 것은 이 책의 매력 아닌 매력으로 생각된다.

 

에세이 전문 작가가 아니고 다른 업을 가지고 있는 작가님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글은, 다른 업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번역가가 하는 일이 무엇이고, 번역가로서의 삶은 어떠하며, 상상 또는 막연한 생각만으로 이루어진 번역가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되는 순간순간이 참 많았다. 번역가 역시 또 다른 작가라고 생각한다. 타국의 언어로 되어 있는 글을 번역하면서 다시 다듬고, 어찌보면 원 작가의 의도를 가장 잘 표현하고, 때로는 더 잘 표현하는 것이 번역가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이 책이 번역가의 삶에 대한 것만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강점 중에 하나로, 번역가가 쓴 에세이라는 것일 뿐.

 

일상 속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기쁨과 슬픔, 그리고 복합적인 감정들을 이 책을 통해서 느껴볼 수 있었다. 여러 사람의 시선이 아닌 한 사람의 시선이지만 여러 사람의 시선을 경험한 것과 같은 느낌도 들었다. 각 소주제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영어 단어는 꼭 두어번씩 다시 읽게 만들었는데, 앞의 내용을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아, 이래서 이 단어랑 맞는 내용이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누군가의 일상, 번역가의 삶, 그리고 먹고 사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작가님의 이야기 등이 어우러져 책을 읽고 있는 동안의 시간이 꽤 소중하게 느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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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무감각한 사회의 공감 인류학
김관욱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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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냐는 질문을 받으면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요. ‘인류’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인간’에 대한 생각은 해 본 적이 있을까요. 바쁜 세상 속에서 이슈가 되는 사건사고들을 스쳐지나가며 살아가는 우리네에게, ‘인간’에 대한 생각 다시 말해, 바로 옆에서 같이 숨 쉬며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생각은 생각보다 어려운 ‘생각’입니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는 곁에 있는 ‘사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제목만으로 어떤 내용을 가진 책인지 확 드러나지는 않지만, 이 책은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살면서 누군가의 ‘아픔’을 돌아보기보다는 나의 ‘아픔’에 대한 토로를 하는 때가 더 많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겪는 아픔이 가장 크게 와닿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슈가 되어 여러 매체를 통해 큰 소리를 내면 그 때만 그에 대한 관심을 보이다가, 어느 순간 그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조차 관심이 없게 됩니다. 다들 그렇게 사는 게 바빠 이슈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아는 일입니다. 하지만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에서 아직까지 진행중인 ‘아픔’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 때의 그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구나라는 ‘아픔’이 되살아납니다.

 

누군가의 아픔을 대신 아플 수도, 그 만큼의 고통을 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당사자가 아닌 이상 그 느낌을 안다고 말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기 때문이죠. 이 책에서 다루는 여러 사회 문제를 읽으면서 생각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문제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로 인해 이 사회를 떠나는 사람도 있고, 해결해 보려 노력하는 사람도 있고,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관심’이 가장 필요해 보였습니다. 순간적인 ‘관심’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이 관심이 우리 사회의 ‘아픔’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게 만들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 문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조금 더 우리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생각해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인류학’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간’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보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조금 답답한 현실에 책 한 페이지 넘기기가 쉽지 않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응당 넘어야 할 ‘아픔’이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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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첼 레스닉의 평생유치원 - MIT 미디어랩이 밝혀낸 창의적 학습의 비밀
미첼 레스닉 지음, 최두환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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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 대한 이야기인가? 라는 생각으로 이 책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유치원에 대한 이야기가 맞기는 맞다. 하지만 ‘평생’ 유치원에 대한 이야기이다. 교육에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현재 교육 방식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봤을 것이다. 예전에는 강의식, 주입식 교육이 전부였기 때문에 새로운 교육 방식에 대한 고민이 크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설령 고민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현실화되기에는 많은 장애가 있었을 것이다. 교육이라는 것은 평생 필요한 부분인 것은 틀림없지만 이것을 실행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평생이 유지될만큼 세련된 방법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강의식 또는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세대들이 ‘평생유치원’에 대한 이 책을 읽는다면 새로운 세상을 보는 느낌일 것이다. 어쩌면 이런 방법으로 공부했다면 내가 지금의 내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 수 있다. 창의력이 중요시 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저자의 말처럼 창의력이라는 것은 예술을 할 때 발휘되는 능력만을 말하지 않는다. 어떤 일에 대해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고민, 그리고 그것을 발전시키는 능력 역시 창의력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창의력은 결코 강의식, 주입식 교육에서는 만들어질 수 없는 환경이다.

 

지속적인 동일한 방식의 교육 방법 역시 문제겠지만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 방법이라면 지속적으로 동일할 수 없을 거란 전제가 붙는다. 이 책에서는 여러 가지 사례를 보여준다. 한 사람이 창의적으로 공부하면서 결과물을 얻어가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무엇보다 평생유치원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당장 우리 사회에 반영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겠지만 ‘평생교육’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을 때, 이와 발맞춰 창의력을 잃지 않게 가이드 역할을 하는 ‘유치원’의 모습이 등장했으면 한다.

 

교육이라는 것은 일정 수준에 도달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개인의 선택으로 배움에 참여하겠지만 이 배움을 통해 얻는 것이 결코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 교육에 대한 관심이, 앞으로의 우리 사회를 조금 더 활력있게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한다. 이러한 관심으로 ‘평생유치원’과 같은 책이 지속적으로 출간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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