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 세사르 바예호 시선집
세사르 바예호 지음, 고혜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9월
평점 :
세사르 바예호 작가는 이번 기회를 빌어 처음 접하는 작가였다. 시집을 읽고 서평을 쓴 기억이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은 여러모로 새로운 기회를 부여한 책으로 남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도 모르게 책 날개에 있는 저자의 정보를 읽게 되었다. 보통 몇 줄 읽고 시선을 거두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만큼은 두어번 읽어 내려갔던 것 같다. 그 이유는 세사르 바예호라는 작가가 낯설었다는 것이 첫 번쨰였고, 두번째는 그의 이력이 시선을 금방 거둬가게 만들지 않았다. 페루, 프랑스, 스페인 등 여러 나라를 거쳐간 그의 삶이 어떤 글을 쓰게 했는지에 대해 궁금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는 의미이다.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세사르 바예호 작가가 쓴 시 중에 출판되지 않았던 부분이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이 작가가 낯설었던 입장에서 작가가 처음 쓴 시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은 무척 기분 좋은 일이었다. 누군가가 글을 쓴다면 자신의 삶이나 환경이 녹아들게 되는데 그의 글에서 그의 삶과 환경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들었다. 그리고 막연하게나마 글로 표현된 부분들이 어떤 의미인지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글에 대한 애정이 더 생겨나게 되었다. 그의 시 한 편 한 편을 읽으면 읽을수록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련된 문장과 세련된 표현, 그리고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시어들이 마치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게 한 것이다.
역경을 거치면서 누군가에게는 시련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살아갈 힘이 되어간다. 세사르 바예호 역시 그에게 있어 역경은 그의 시에서 뺴놓을 수 없는 부분인 시련이자 힘이 되어주었다는 생각이다. 시는 읽으면 읽을수록 다르게 느껴진다. 가볍게 읽혀지는 순간이 있으면, 무겁고 어둡고 그리고 많은 생각이 들게 읽혀지는 순간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시가 가진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사르 바예호라는 작가에 대한 글을 보게 되면 앞으로는 낯설음이 아닌 낯익음으로 표현될 것 같다.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을 어느 날 다시 읽게 된다면 지금 읽었던 그 느낌이 아닌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