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의 심장
김하서 지음 / 자음과모음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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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고 이런 소설을 쓴 사람이 한국 작가라는 사실에 두 번 놀랐던 <줄리의 심장>은 새로운 장르의 개척과도 같았다.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과 구성으로 음울한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모든 이야기가 하나의 지점으로 모여드는 완벽한 글. 그래서인지 <줄리의 심장>에 실려 있는 여러 개의 단편 소설 하나하나가 모두 새로웠고, 완벽했다.

 

가끔 단편 소설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점은 단편 소설 간의 경계가 허물어진다는 것이었다. 작은 소재들이 모여서 탄탄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 그중에 다른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비슷한 내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럴 때마다 조금은 아쉬웠고 그 안에서나마 각 글의 개성을 찾으려고 노력했었다. 하지만 <줄리의 심장>은 단 한 편도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하나하나의 단편이 모두 새로웠고 완벽했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풍기는 음울하고 난해한 상황들은 모두 계획되어 있었고, 이 계획을 세운 작가가 위대해 보였다.

 

총 7가지의 단편 소설 중에 어느 하나 빠짐없이 기억에 남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첫 작품이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래도 그 어떤 배경 지식 없이 읽기 시작한 처음이라서인 것 같다. 뭐지? 뭐지? 왜 이런 내용이지?를 반복하다가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다음 작품부터는 그런 의문을 품지 않고 온전히 작품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전이라면 반전이고, 어찌보면 이미 계획되어 있는 결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음울한 작품 세계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줄리의 심장>은 음울한 작품 세계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완벽하게 짜여져있는, 감동은 아니지만 어떤 깨들음은 있는, <줄리의 심장>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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