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영원과 사랑의 대화 - 김형석

영원과 사랑의 대화
김형석 지음 / 김영사 / 2017년 6월

<영원과 사랑의 대화>라는 제목을 보고, 처음에는 선뜻 마음이 가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책 편식을 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당분간은 '에세이'는 조금 줄여보자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동안 읽고 보았던 '에세이'의 의미를 확 바꿔놓는 내용이 <영원과 사랑의 대화>에 실려 있었다. 그렇다고 그동안의 에세이가 '에세이' 답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조금 더 일상생활과 근접하고 크지 않고 작은 이야기들을 주변의 이야기로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그동안의 에세이었다면, <영원과 사랑의 대화>는 조금 더 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느낌의 에세이이다. 작은 일상에서의 발견이 아니라 이미 시대를 넘어 넓은 시야를 가진 사람으로부터 얻는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발견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의 삶이 담겨있는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면 이 책의 내용에 대해 많은 부분을 수긍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수긍이 가는 부분은 알고 있는 내용이 있어야 책의 내용 역시 탄탄해진다는 사실이었다. 저자의 이력 속에 녹아있는 모든 것들이 <영원과 사랑의 대화>를 통해 누군가에게 삶의 나침반이 되어준다고 할 수 있다. 작은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고 중간중간 청보리밭 그림이 등장하는데, 이 그림은 다른 주제로 넘어가기 전에 환기 효과를 가져다 준다. 그림으로 표현된 부분이 눈을 시원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 마음을 시원하게 만드는 효과는 직접 보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묘미이다.

인간의 삶에 대한 이야기, 영원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존재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 책은 꼭 만나봐야 할 사람의 인생을 총망라 해놓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차분하게 읽으면서 현재의 상황에 대해 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사는 것이 훗날 후회하지 않을 길인지에 대한 고민도 하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청년기, 장년기의 구분 중에 애매한 경계에 서 있지만 청년기라서 고생을 겪을 수 있는 것이라는 말은 끝내 기억에 맴돌았다. 장년기에 고생이 시작되면 성공하는 인생을 살기 어렵다는 말과 청년기의 고생은 값진 존재라는 것은 지금에 대한 반성과 앞으로에 대한 계획을 함께 가져다 주었다.

여름밤에 잔잔하게 코끝을 간지럽히는 바람처럼, 조용한 시간 속에서 인간이 삶을 영위하면서 부딪히거나 겪을 수 있는 상황들을 공부하고 싶다면 <영원과 사랑의 대화>를 추천하고 싶다. 에세이라고 해서 가벼움만을 추구하지 않았고, 결코 이 책은 가벼운 주제를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가벼워질 수 없는 존재이다. 그렇다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어 도저히 읽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아니다. 무거운 주제를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매력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