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을 쓰는 시간 - 권력을 제한하는 여섯 가지 원칙들
김진한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헌법에 대해 공부를 해야겠단 생각은 '헌법'의 필요성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헌법'이 필요한 일은 사실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법이 필요한 일이 생긴다면 헌법보다는 형법, 형사소송법, 민사소송법 등의 부류들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어찌되었든 평소에 '헌법'에 대한 공부의 필요성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작년부터 '헌법'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하지만 헌법에 대한 책은 대부분 헌법에 대한 조문을 설명하거나 어려운 내용으로 책을 펴기도 전에 공부할 마음이 달아나게 만들고는 했다. 몇 페이지라도 넘길라치면 그 어느 책보다도 두껍고 난해한 내용 덕에 집중이 어렵기는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계속되었고, 그때 <헌법을 쓰는 시간>을 만나게 된 것이다. 사실 이 책 역시 다른 책에 비해 가벼운 편은 아니다. '헌법'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읽은 앞 부분은 사실 법조문을 읽는 것처럼 일부분 어렵게 느껴진 것 역시 사실이다.

<헌법을 쓰는 시간>은 세 가지의 구성으로 되어 있다. 첫 번째는 법과 정치에 대한 이해의 시간이다. 법이 왜 필요하고 법이 있어야 하는 이유 등에 대한 설명,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법과 정치에 대해 나와 같은 까막눈이라도 읽다보면 정을 붙일 수 있는 수준은 되니, 겁먹지 않아도 된다. 그 뒤부터는 진정한 헌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야기'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여타의 헌법에 대한 책과는 달리 법조문보다는 헌법 내용을 마치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내기 때문이다. 법치주의, 민주주의 등의 이야기를 개념만 나열하고, 그에 대한 법조문을 읽어보며 헌법이 이런 것이라는 설명을 선택했다면 아마 이 책 역시 끝까지 읽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정확하게 끊어낼 곳에서 끊어내고 지루하거나 어렵게 느껴지지 않도록 헌법이 가지고 있는 내용을 적당한 수준으로 잘 풀어내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사회 교과서를 읽는 느낌이 든단 생각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교과서라면 아마 조금 더 집중하기가 수월하지 않을까 싶다. 헌법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의 이해가 끝나면 그 다음은 헌법재판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아마 헌법과 가장 연결고리가 강력한 것은 헌법재판 외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헌법 재판에 대한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는데, 미국의 사례를 포함하여 어떻게 이루어지는지까지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헌법'에 대한 거리감이 조금은 가까워진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정확하게 이해하고 누군가에게 설명해주려면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적어도 거리감을 조금은 좁혔다는 사실에 <헌법을 쓰는 시간>이 고맙게 느껴진다. 제대로 된 공부를 하려면 법조문도 끼고 봐야겠지만, 법과 관련 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이 정도의 지식과 정보라면 일단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법 중의 법인 헌법에 대한 궁금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으니 <헌법을 쓰는 시간>을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