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이 식사할 시간
강지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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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개들이 식사할 시간>이라는 제목이 가진 의미를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무심코 넘긴 몇 장에서 느껴지는 비릿한 잔인함이 눈을 감게 만들었다.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잔인하거나 폭력적인 장면을 잘 보지 않는 편이라, 글로 표현된 그대로가 이미지로 다가오는 느낌이 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이야기는 그런 진득한 피비린내만은 아니다. 극적으로 잔혹함을 보여주고 있지만 사실 그 안에는 외로움, 슬픔 등 다양한 감정들이 포함되어 있다. 단편 선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는데 다른 글에 비해 짧은 지면과 텍스트를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은 작가만의 재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능, 재주 그 어떤 말을 붙여도 부족할 정도의 표현력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이야기는 밝고 어떤 이야기는 흐린 구성이 아니라 일관성 있게 계속 흐린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무섭기도 하고, 사람이라면 이런 선택과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하며 인생을 살아가는거지라는 공감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래도 저래도 발목을 붙잡는 무서운 공포는 마음 한 켠을 두려움으로 가득 채우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책을 내려놓지 못했던 이유는 아마도 끝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절대 선과 절대 악으로 구분되어 있는 결말이 아니라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당황스러울 정도의 열린 결말이 등장한다. 작가가 설치해 놓은 여러가지 요소들이 이 책이 단순하게 잔인한 글이 아니라는 것을 열정적으로 나타내고 있었다.

 

잔혹한 내용을 다시 읽으라고 하면 조금의 망설임은 들 것이다. 사실 읽는 동안도 다음 내용을 알 것 같은 부분은 실눈을 뜨고 보거나 다른 부분을 읽는 것에 비해 조금 더 속도를 내고는 했다. 이 모든 것이 상상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이 더 공포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읽지 못할 글이라는 말은 아니다. 읽고 나면 무엇인가 얻어가는 것이 있는 글이지만 단지 읽는 내내 조금의 망설임은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작가의 상상력에 놀라고, 이 상황에 대한 실감이 더 놀라게 하는 놀라운 소설 <개들이 식사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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