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망각의 기술
이반 안토니오 이스쿠이에르두 지음, 김영선 옮김 / 심심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누구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기억의 모든 것은 아니고 특정 또는 일부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최소한 자신이 누구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영원히 잊지 않을 기억 정도는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외에 일상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일 중에 며칠이 채 지나기도 전에 잊혀지는 기억도 있다. 이러한 기억에 대한 잃음, 망각에 대한 이야기 <망각의 기술>이다. 나이가 들면서 기억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소위 말하는 '나이 탓'이라고 종종 말한다. 이에 대해 지금보다 10년 전이 더 기억을 많이 할 수 있었고, 10년 후가 덜 기억을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억과 망각에 대한 기준은 '나이'보다도 어떤 기억을 남기고 지우느냐의 기술에 달려 있다. 저자의 말처럼 60대의 노인이 20대의 젊은이와 같은 기억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결코 특수한 상황이 아니다.
<망각의 기술>은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망각에 대한 전문적인 책이다. 기억이 어떻게 생성되고, 기억의 종류는 무엇이 있고, 그리고 기억이 망각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과학적으로' 살펴보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마 뇌에 관한 과학적 정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종종 등장하는 그림이 '망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나 역시 읽는 동안 조금 어려워진다 싶을 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그림 설명이 나름 오아시스와 같단 생각이 들었다. <망각의 기술>애서 말하는 '망각'은 잃어버려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단 것이 아니다. 잃어버렸기 때문에 그로인해 더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억과 감정, 기억과 질병 등을 연결하여 '망각'의 기본이 되는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점점 잊혀지는 기억들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전과 같지 않은 기억력과 그렇게도 잊고 싶었던 기억들의 실종 등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 이 책이 아닌 어떤 다른 책에서도 기억력이라는 것은 진짜 기억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잘 선별하는 것에서 판가름이 난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그리고 '망각' 역시 같은 일환이라고 생각되어졌다. 사람의 뇌가 가진 신비한 '기억'이라는 기능에 놀랍고, 그 기억이 마치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알아서 잘 처리되고 있다는 것 또한 매우 놀라웠다. 그동안 단순하게 기억력이 좋다 또는 나쁘다로 이분법적 사고를 했던 지식에 마치 단비와 같은 새로운 정보들이었다. 이 정보들은 해마를 거쳐 장기기억으로 넘어갈지는 모르겠으나, 최대한 오랜 시간 기억하고 싶은 내용으로 가득 찬 <망각의 기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