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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팩스 부인과 여덟 개의 여권 ㅣ 스토리콜렉터 55
도로시 길먼 지음, 송섬별 옮김 / 북로드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얼마 전에 TV에서 재방송으로 한 스파이 영화를 본 기억이 있다. 별 생각 없이 돌린 채널에서 적당한 코믹을 섞어 스파이 영화로 만들어서인지 끝까지 눈을 뗄 수 없었다. 주인공은 전혀 스파이와는 상관없을 것 같은 평범한 여자, 다른 잘 나가는 스파이들에 비해 외모가 출중하지 않아 사무직으로 만족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마치 폴리팩스 부인처럼 말이다. <폴리팩스 부인과 여덟 개의 여권>은 스파이 영화를 떠올리게 했고, 소설과 영화가 어떤 점이 다르게 구성되었을까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폴리팩스 부인 시리즈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다. 책 표지만으로 보고 판단하자만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마음 좋은 할머니가 예쁜 꽃 모자를 쓰고 있다. 아마도 누구나 이 사람을 폴리팩스 부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이 마음 좋은 할머니와 예쁜 꽃 모자는 표지에 그려진 그림처럼 온화하기만 한 삶을 살지는 않는다.
다른 폴리팩스 시리즈를 보지는 않아 모르겠지만 책 뒤에 구성된 시리즈의 제목을 보고 짐작하자면, 아마도 이 할머니는 스파이 활동을 계속하는 분인 것 같다. 이번에는 여덟 개의 여권을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업무를 맡게 되고, 그 업무를 수행하면서 만나게 되는 인물, 일어나는 사건 등에 얽혀 폴리팩스 부인만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사실 이 부인은 처음 등장할 때는 스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밤에 피는 선인장 꽃을 보기 위한 원예 모임을 하는 사람이었다. 귀한 장면을 보기 위해 촬영을 하고, 그런 모임을 주도하는 마음씨 좋은 할머니라는 생각을 들게 하다가, 알고 보니 이 분이 경력 좀 되는 스파이라는 사실은 심각하기 보다는 유쾌하게 받아들여진다. 아마도 원예 하던 분이 갑자기 스파이 경력자가 되는 괴리감에서 오는 약간의 유머러스함과 유쾌함이 섞인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다.
<폴리팩스 부인과 여덟 개의 여권>은 불가리아를 주도적인 배경으로 삼고, 그 안에서 모든 일이 일어난다. 평소에 불가리아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없었는데, 이 소설을 통해 적잖은 관심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물론 허구에 근거하여 쓰는 소설이지만 어느 정도 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 소설에 등장하는 배경과 그리고 역사에 대한 관심이 일어나기에 충분했다. 단순하게 재미있는 소설을 한 편 읽었다고도 볼 수 있고, 모르던 나라에 대해 아는 기회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는 <폴리팩스 부인과 여덟 개의 여권>. 기회가 된다면 다른 시리즈도 읽어보고 어떤 다른 이야기가 펼쳐졌는지 알고 싶어지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