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난생처음 살아 보는 날
박혜란 지음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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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들수록 세월을 보내는 속도가 차츰 빨라진다고 한다. 이십대에는 느끼지 못한 속도, 이제는 삼십대를 넘어 칠십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위치에 있는 지금, 이 속도는 속절없이 빠르게만 느껴진다. 하루가 24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금세 지나가는 나날이 늘어간다. 아마도 지나온 세월만큼 빨라진 세월을 보내는 속도가 점점 가속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제보다 오늘 더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을 막연하게 보내기만 할 수 없지는 않는가. 그래서 나름 무언가를 해보려 노력하지만 그게 또 체력이 문제다.


칠십이라는 나이에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위치에서 지금도 버거운 상황과 문제들이 그때는 더욱 버겁고 어려워지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오늘, 난생처음 살아보는 날”은 이런 나의 생각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 말해준다. 칠십의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으며, 써내려간 저자의 일상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를 넘어 나이가 생각나지 않는 저자의 일상이랄까. 아마 호칭으로 불리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없었다면 저자의 나이는 전혀 생각나지 않을 만큼의 일상이었다. 생각해보면 나이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없고를 나눈다는 것이 우습다는 생각이다. 단지 조금 더 젊었던 시기보다 체력이 떨어지거나 한 번을 보면 알 수 있었던 것들을 두 번, 세 번 봐야 한다는 시간의 늘어남 정도가 조금 달라졌을 뿐이다. 어쩌면 요즘 같아서는 젊은 사람들이 더 체력이 안 좋을 때가 많으니, 이는 비교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일 년, 한 달, 일주일, 하루, 그리고 1시간을 빼곡하게 채우며 사는 삶은 나이를 잊게 한다. 나이가 무슨 대수일까. 저자의 하루를 채우는 모든 일들은 나이로 인한 결과물이 아니다. 계속 도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저자의 노력일 뿐이다. 책을 읽고 나니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저자의 나이가 새삼 다가온다.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아예 떠오르지 않았을 그 나이, 정말 숫자에 불과한 그것이 우리의 꿈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금 더 넓게 생각하고 길게 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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