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아몬드 - 손원평

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지금 이 세상은 감정을 느끼지 않는 편이 더 나을 때가 있다. 살다보면 몇 년을 같이 지내던 사람도 어떤 계기로 잊히기 마련이다. 몇 년을 한결 같이 좋게 지낼 수 없는 것이 사람이니,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던 그 시간을 통째로 들어내고 싶어질 때가 있다. 이럴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없다면 지금보다 조금 더 평안해질까란 생각을 해본다. 이렇게 상상해보는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사람, 그 사람인 존재하는 공간이 바로 소설 아몬드이다. ‘아몬드’라는 제목을 보면서 먹는 아몬드를 떠올리지는 않았다. 아니 못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하지만 먹는 아몬드에 대한 이야기도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감정을 느끼지 못하다보니 상황에 맞는 적절한 감정 표현을 할 수 없다. 그런 주인공을 돕고 품어주던 엄마와 할멈의 존재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한다. 하지만 사람은 언제나 혼자란 법은 없는 것인가. 그의 주변에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어쩌면 저자는 엄마와 할멈의 품에서 떠나 새로운 사람들에게서 얻는 새로운 감정들을 주인공에게 전달하고자 했는지도 모르겠다. 엄마와 할멈은 주인공을 세상 속에서 ‘평범하게’ 살아가길 바라지만, 삶이 어디 그렇게 호락호락한가. 사람들은 더할 나위 없이 잔인한 면을 보이기도 하고, 알고 보면 따뜻한 구석을 내어주기도 한다.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무서운 일일지도 모른다. 병이 아니더라도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감정은 때로 느끼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감정이 없는 편이 차라리 나은 시간들도 있으니 말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계와 공존하는 사람들에게서 감정을 찾기 어려워질 거란 말들을 많이 했지만, 정작 감정은 기술은 가져간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서 사라진 게 아니란 생각이 든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아몬드’의 주인공이 자신의 모습에 익숙해져가고 나름의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통해, 주인공과 함께 다시금 어른이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감정이 소중하다는 것보다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시간을 떠올리게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