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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고 말해 ㅣ 스토리콜렉터 52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마지막 장을 넘긴 후, 책을 덮었다. 그리고 한 참을 가만히 있었다. 무척 긴 여운이었다. 그 여운에는 공포감이 가장 컸다. '미안하다고 말해'를 읽는 동안은 전혀 이런 공포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병을 앓고 있는 남자와 행방 불명된 채 어딘가에 갇혀 있는 여자, 두 사람의 시선과 행동, 그리고 생각을 따라 움직이다보니 공포감은 잘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읽고 난 후에 밀려오는 공포감과 허무함은 끝이 없었다. 잠들기 전까지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미안하다고 말해'를 읽기 시작하면서 제목과의 연관성을 조금 생각해 보았다. 여자아이 둘을 납치하고 몹쓸 짓을 한 사람이 사과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시선인 남자가 딸에게 말하는 것일까 등 다양한 생각이 떠올랐다. 남자를 생각했던 것은 초반부터 남자는 자신의 딸을 데리고 다니면서 사건을 조사하고 딸을 종종 나름의 방치를 했기 때문이다. 물론 딸은 그런 방치의 시간을 즐기긴 했지만 말이다. 결국 "미안하다고 말해"를 내뱉은 사람은 따로 있었다.
'미안하다고 말해'는 스릴러 장르로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사건들의 연결은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시작된다. 사건을 맡게 되는 남자는 처음부터 사건을 맡을 생각이 없었지만 (이는 자신의 병과 자신의 딸 등 여러 가지 요소로 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딸의 또래 아이들에 대한 미련에 사건을 맡게 된다. 사건이 진행되면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설마 이 사건이 그 사건과 연결이 되는 거였나하는 의심을 품게 할, 일들이 서로 하나의 사건으로 연결된다. 또한 사건이 드러나게 되는 과정의 묘사 역시 일품이다. 바로 사건을 향해 직진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주변을 돌아 다시 돌아 그리고 사건을 밑에서부터 차례로 올라오는 구성,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계속 다른 사건과의 연계성을 생각해 보게 하는 것, 이것이 작가의 필력인가란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 소설은 남자의 시선과 여자의 시선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성별, 나이, 그리고 처한 상황까지 모두 다른 두 사람의 시선은 각자 다른 것을 보고 다른 것을 느끼지만 비슷한 느낌을 가져다 준다. 무엇인가 암울하고 공포스러운, 그런 느낌 말이다.
공포감이 여운으로 남는 소설이어서 기억에 남겠지만 무엇보다 작가의 표현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겠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지게 만드는 소설 '미안하다고 말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