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다 - 안종오

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다 - 16년차 부장검사가 쓴 법과 정의, 그 경계의 기록
안종오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2월

법조계에서 일하지 않는 사람은 그들의 삶을 영화 또는 간혹 드라마에서 만나게 된다. 현실 그대로 보여주는 것인지 아니면 어느 정도의 미화가 된 것인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주변에 아는 사람이 법조계에서 일한다고 해도 그 사람은 그 계통의 일원이지, 그 계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변호사도 가깝지 않지만 검사라는 직업은 더욱 가깝지 않다. 매체에서 볼 수 있는 그들의 모습은 왠지 어렵고 딱딱했다. 인간적인 모습을 찾아본다면 검사보다는 변호사일 거라는 막연한 오해도 가지고 있었다. '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다'는 실제 검사가 쓴 이야기이다. 검사를 하면서 겪은 일과 후반부부터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지고 있다. 검사를 하면서 겪은 일들은 짧지도 길지도 않은 길이를 가지고 각각의 소재로 소개되고 있다. 액션이나 형사물을 기대한다면 조금은 거리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저자가 말하고자 한 것은 검사라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아니라 인간적인 면을 더 강조하고 싶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검사는 차갑고 딱딱한 모습으로 사건을 처리할 것으로만 생각되었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검사는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을 지향하는 사람들이었다. 누구보다 사건에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을 걱정하고 그들의 삶과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었다. 검사, 검찰 등의 단어들은 중대한 죄를 지었을 때 접하는 단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우리네의 삶이 그렇게 중대한 죄를 만들어내는 것만은 아니었다. 작은 사건이지만 법을 어겨서 수사를 받게 되기도 하고, 그 안에서 나름의 이유들을 다 가지고 있다. 그러한 이유를 하나하나 듣고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는 검사의 모습은 무척 새로웠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신임 검사들의 비젼이 공직자로서의 자세인 청렴, 결백만이 아니라 인간적인 면을 강조한다는 것이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역할이라고 생각되었는데, 이야기를 읽고나니 인간다운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 중에 하나가 검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 소리를 내거나 강압적인 태도가 없어도 자신만의 겸손함으로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검사가 있고, 가족들을 소중히 여기고 사람들을 두루 이해하고 받아들여주는 저자와 같은 검사가 있어 이 세상이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이야기를 읽는 내내 사람 사는 세상은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 자신부터 조금 더 인간적인 면모를 가질 수 있도록 힘쓰고, 겸손함만으로도 누군가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 사는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검사의 숨겨져있던 인간적인 면모를 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