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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 -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풀어야 할 본질적인 숙제
기시미 이치로 지음, 박진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스스로가 나이 들어감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부모님이 나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많은 것들이 변화한다. 10대와 20대의 혈기 넘치던 시기가 지나면, 점점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변화가 감지된다. 30대, 40대, 50대까지는 (물론 겪어보지 않은 시간도 포함되지만) 심각한 변화는 아니지만 어찌되었든 변화가 느껴진다. 예전보다 덜 한 기억력이나 행동 등 곳곳에서 전과는 다르다. 나 자신조차도 변화하는데 부모님의 변화는 더 빠르고 받아들이기 힘든 순간들이 오기도 한다. 기시미 이치로는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에서 자전적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이 책 이전에도 저자의 책은 대부분 믿고 보는 편인지라, 당연히 이 책 역시 믿고 보는 책이었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그의 이야기만이 아닌 나의 부모님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나이 든 부모와 함께이거나 아니거나 상관없이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비슷하게 또는 같게 겪게 될 일에 대한 준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 든 부모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실 가장 힘들고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나이 든 부모만이 아니라 그 누구도 자신의 잣대로 받아들이고 해석한다. 가족이라고 해서 다르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모두가 화목하고 행복한 삶이기만 해야 하는데, 우리네 삶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저자의 말처럼 부모와 한결같이 좋게 지내던 사람들은 나이 든 부모의 변화에 조금 더 충격을 받게 된다고 한다. 아마도 기억 속의 부모와 현재의 부모의 모습에서 오는 괴리감이 어떤 것인지 느껴지기 때문인지, 십분 이해가 되었다.
나이가 무슨 문제이며, 변화하는 모습이 무슨 문제이겠는가. 과거와 현재를 섞어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나이 든 부모는 여전히 우리의 부모이다. 즐겁게 또는 슬프게 또는 화나게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이 순간이 처절하게 행복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오기 전에, 지금 바로 이 순간에 부모에게 충실해야겠다. 나 자신도 늙고, 나이 든 부모가 되는 순간이 올 것이니 결코 지금 변화하는 모든 것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품기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는 나이 든 부모를 넘어 부모에게 받은 사랑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