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 나라의 앨리스
존 켄드릭 뱅스 지음, 윤경미 옮김 / 책읽는귀족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화 내용을 차용한 글을 종종 보게 된다. 동화 속 주인공들이 원래 가진 캐릭터가 아닌 다른 면으로 해석되는 것이 무척 신기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 신기하다는 생각의 대부분은 작가의 아이디어에 대한 것이다. 주인공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는 것도 무척 새롭지만 캐릭터들을 재구성할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무척 더 새롭다. 엉망진창 나라의 앨리스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너무 예전에 읽은 책이라 어렴풋한 기억만으로도 충분히 읽기가 가능한 책이다. 작가의 세심한 배려가 묻어나는 책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배려가 없다면 엉망진창 나라를 이해하기에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작가는 거의 모든 페이지마다 각주를 붙여 두었다. 어떤 의도로 그 단어를 썼는지 이 주인공은 어디서 어떤 역할을 맡았던 사람인지 말이다.

 

엉망진창 나라의 앨리스는 앨리스가 모자장수와 엉망진창 나라로 떠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엉망진창 나라라고 하면 어떤 나라인지 일단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앨리스가 도착한 나라는 모자장수가 만든 나라로, 모든 것이 시영화 된 나라이다.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없고 모든 것이 시와 공유하게 되어 있다. 공공재부터 사유재까지 모든 것을 시가 소유한다. 하다못해 개개인의 치아조차도 공용으로 사용한다. 이에 대한 모자장수의 말은 치아 치료에 들어갈 개개인의 비용을 줄여주는 것이 되니 좋다고 하는데, 갸웃거리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이동 수단으로 필수인 열차가 움직이지 않게 만들어서, 모든 사람이 걸어서 이동하고자 하는 장소로 가게 하였다. 멈춰 있으니 사고의 위험성이 줄고 건강에도 좋다는 그의 궤변을 이해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 외에도 살면서 꼭 필요한 자원인 가스, 전화, 그리고 아이들까지 모두가 시의 소유다.

 

모자장수의 말이 되지 않는 궤변에 그럴 수 있다고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지기도 한다. 지금 사회에 빗대어 더 나은 점도 더 나쁜 점도 있다. 어쩌면 누군가는 한번쯤 꿈꾼 사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에서처럼 처음에는 그럴 듯 해 보이던 사회가 앨리스의 눈에 조차 도망가고 싶은 사회가 된다. 어떤 세상이 와도 모든 것이 다 변해버린다고 해도, 결국 사람들의 입맛에 딱 맞는 사회가 되기는 쉽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