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성의 함정
무라카미 야스히코 지음, 김준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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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쉽지 않은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객관성'에 대해 늘 우리가 생각하는 바와 반대편의 이야기를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멋진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객관성'에 대한 깊은 울림을 주는 책? 남들과 비슷한 표현 방식으로 말해보고 싶었다. 어쨌든 이 책은 객관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가 객관적이다 또는 주관적이다라고 말할 때가 있다. 이때 조금 더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은 바로 '객관적'이다. 하지만 이 생각은 지금부터 뒤집어야 한다. 객관적이고, 객관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 모든 것들이 결코 객관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객관성을 따질 때 수치나 통계 등 눈으로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자료들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는 사람들 간의 서열화를 부추기거나 배제화하는 함정을 만들어 낸다. 저자가 제시한 첫 번째 사례가 그랬다. 아프지 않아야 하는 병인데, 아프다고 말하는 환자는 객관적인 정보에 의해 '아프지 말아야 하며, 아프다고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객관성의 함정에 빠져 진짜 아파도 아픈 것을 인정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객관성을 꼭 믿어야 하는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 주관적인 것 보다는 좀더 명확하고 합리적이라는 고정관념 아래, 우리는 수치화하고 인간을 측정 대상으로 만들어 놓았다. 인간의 삶은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다양한 맥락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수치화되거나 통계 자료 속의 '객관성'을 확보한 인간의 삶을 결코 다양하지 않다. 그 안에서 고정되어 있는 몇몇 가지의 삶으로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객관성이 무조건 나쁘니까 객관성을 존중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객관성이 가진 신뢰도도 중요하고,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여러 가지 모양을 한 사람들의 삶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가 조금 더 따뜻한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숫자로만 평가되거나 명명되는 삶 또는 사회가 아닌 곳에서 우리는 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개별 경험을 존중하는 방법을 배우고, 왜 존중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하는 이 책은 심오하면서도 참 배울 게 많은 내용으로 가득차 있었다. 두껍지 않은 두께라서 누구나 접근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깊은 생각에 빠질 수 있는 이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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