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늙어간다는 것 - 80대 독일 국민 작가의 무심한 듯 다정한 문장들
엘케 하이덴라이히 지음, 유영미 옮김 / 북라이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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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늙어간다는 것, 나이가 든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생각하게 해 주는 책이다. 단순히 외형이 변해간다고 해서, 마음 또한 늙어가는 것이 아님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설명하면 더 좀 와닿을 듯하다. 저자는 나이가 든다는 것과 함께 오는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나이가 듦을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나이가 드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세월을 야속하게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저자는 젊었을 시절보다 내 몸이 내 말을 잘 듣지 않고, 어느새 까무룩 잠이 들기도 하지만 이 순간을 나름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그래야만 지금이라도 발견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나이가 들면서 쌓아가는 것들 중에 하나는 버리지 못한 물건들이다. 낡은 다이어리, 누군가의 감정이 담긴 메모들, 결코 버리지 못해 창고에 쌓여있는 것들이 있다. 과연 우리는 이걸 어떻게 버릴 수 있을 것인가? 저자는 우리에게 답을 준다.


누군가, 나의 후손, 또는 나의 죽음 뒤 나를 발견한 사람이 결코 이걸 읽지 못하게 한다거나, 아니면 이런걸 왜 모아놓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들을 만들지 않으려면 일단 내려놓아야 한다.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힘에 부치는 일이 많아지고, 그 중에서 이런 것들을 모아서 짊어지고 가는 것 또한 힘에 부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옷을 버리게 된다. 멋지게 입고 나이가 들면 좋겠지만, 실상 그렇게 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저자는 제대로 갖춰입지 않고 죽는 것보단 멋지게 입다 죽는 게 더 낫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옷장은 점점 비어간다. 늙어서 우리가 할 수 없는 게 더 많아라는 메시지를 주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예전에 못했던 것들을 지금와서 할 수 있는 것도 있고, 물론 예전에 했던 것들을 지금와서 못하는 것들이 더 많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매일을 건강하게 즐기면서 살기 위해 '나로 늙어간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늙는다는 것에 대해서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을 한다거나 아니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인정하지 않는다거나 뭐가 되었든,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나로 잘 나이들어가면서 인생을 즐기는 것이다. 늙음이 장애가 되는 일은 없다. 조금 불편하고 부족할 수는 있어도, 그게 안 되는 이유는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관계도 많은 정리를 했다고 말한다. 남편까지도 정리했다고 하는데, 살아가면서 필요 없는 인간관계를 끌고 갈 필요성을 못느꼈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연연했을지도 모르는 관계들에 대한 정리 또한 우리가 나이 들면서 해결해야 할 하나의 과제일 수도 있다. 나로 잘 늙어가는 방법을 은은하게 잘 알려주는 책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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