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생이 시답지 않아서
유영만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저자는 시인이 아니다. 시인이 아님을 시인했다라고 써 있는 저자 소개란에서 그가 시인의 자질이 있다면 갖춘 사람이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언어 유희라고도 하는 시는 몇 개의 단어로 함축적인 의미를 읽는 사람에게 전달한다. 읽는 사람에 따라서 그 단어를 시인이 의도한 대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학창시절에는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그가 생각해둔 것이 무엇인지 밝혀내는 데 집중했다면, 학창시절이 지나 지금 읽는 시인의 시는 있는 그대로 내가 느끼는 그대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시인과는 조금 거리가 먼 의사이다. 의사이면서 어떻게 이런 감정적인 글들을 담아낼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 닿았다.
기존의 시들은 조금 더 짧은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저자의 시는 달랐다. 목차부터 마음을 이끌었는데, 목차 자체가 시와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몇 가지 들어보자면, “당신은 거처할 곳이 없는 아랑곳없음입니다.” 라거나 “당신은 소리 없이 다가오는 이름 없는 소름입니다.” 등이다. 목차부터가 이렇게 시적이다니 목차만으로도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시집이다. 시 내용 역시 목차에서 느껴지는 것들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내용이었다. 서가에서 기다리고 있는 스러져가는 책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고 표현하거나 우리가 신고 다니는 신발에 대해서는 ‘주인의 무게에 짓눌려 살아가고 있다’고 표현한다.
시 뿐만이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다르다는 생각을 종종한다. 글로 풀어내기까지 그들이 보는 세상은 남들과 조금은 다르기에 우리가 이런 좋은 시를 접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저자의 시를 읽으면서 세상을 보는 시선이 조금 더 세세하고 아름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까지 접해온 우리가 알고 있는 시는 좀 더 함축적이라면, 이 시는 조금 더 우리에게 담담한 설명을 풀어놓는다. 그러다보니 어느 새 문장 하나하나를 힘주며 읽게 되고, 의미를 같이 공감하게 되는 것 같다. 시가 어려워서 읽기 싫었던 사람이라도 이 책은 조금은 소설과 같단 생각으로 접하게 된다면 어느새 훌쩍 절반을 읽어버린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