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불되지 않는 사회 - 인류학자, 노동, 그리고 뜨거운 질문들
김관욱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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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노동’이 가진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책이다. 학교를 졸업하고나면 누구나와 같이 취업을 하게 된다. 취업의 형태가 어떤 것인지는 모두가 다르다. 아르바이트일 수도 있고 일용직일 수도 있고, 정규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취업형태가 다르다고 해서 우리 노동의 질이 다른 것은 아니다. 한국에 있는 취업한 누구나에게는 ‘노동‘에 대한 강도가 남다르다. 우리가 아직 자각하지 못하고 있거나 자각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생각하며 보내는 그 시간동안 우리의 노동 강도는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저자는 이 노동 강도로 인해 문제가 생기는 상황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특히 디지털 구조가 되면서 터치 몇 번으로 새벽 배송을 받을 수 있는 요즘의 우리, 이런 우리의 새벽배송을 위해 누군가는 과로를 한다. 그리고 아플 수도 없다. 택배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가슴 한켠을 서늘하게 한다. 자신이 아프다는 이유로 일을 하루라도 나가지 않는다면 자신의 몫을 해내야 하는 동료들을 걱정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아파도 출근을 한다. 저녁에 출근을 해서 새벽에나 되어야 퇴근을 하는 그들의 삶은, 근육이 녹아내릴정도로 강도가 세다. 물론 그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노동이라는 대가로 받는 월급은 과연 어떤 것인지에 대해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고통을 참는 대가인가, 정말 업무를 해서 얻는 대가인가 말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쉽게 아플 수도, 쉴 수도 없다. 아픈 것에 대해서 증명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증명한다고 해서 쉽게 회사를 나가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늘 일인지, 무엇인지 모를 것에 쫓겨 산다. 우리의 인생이 이렇게 굴러가다 자의든, 타의든 은퇴할 시기가 되면 우리는 그렇게 노동을 내려놓게 된다. 하지만 그 노동의 끝이, 끝이 아닌 사람이 더 많다. 또 다른 벌이를 위해서 노동을 계속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노동자들 중에는 임금 몇 백원을 올리기 위해 싸워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별 거 아닌 것일주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일이다. 저자는 디지털로 변화하는 사회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노동은 점차 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디지털 자본주의에서 우리가 가장 필요한 것은 위로이다. 편함을 얻을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외롭고 고통받고 있다. 진짜 노동이란 것이 무엇인가, 정말 제대로 대가가 지불되고 있는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인류학자가 써내려간 노동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고, 마음을 시리게 만들었다. 일단 오늘까지는 과로하고 죽더라도 내일 죽으라는 사례는 지금의 우리 상황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노동, 정말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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