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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스님의 묵묵부답
자승.신동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1월
평점 :
자승스님은 지금 우리 곁에 계시지 않지만 생전에 산문으로 전하고자 했던 말씀들이 책으로 남게 되었다. 이 책은 우리 시대의 깨달음, 수행길, 고행길, 해탈길,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시대의 스승들에 대해 담아져 있다. 목차에 따른 구분과 상관없이 묵묵하니 한 페이지씩 넘기다 보면 마음 속에 덜컹거리던 소리가 잦아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몇 가지 마음에 남아있는 글을 소개하자면 가장 처음은 멈춰, 뒤돌아보기이다. 우리 시대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쁜 삶을 살아내느라 정신이 없다. 어디로 가는지,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 모르는 채 자동적으로 움직이게 되는데, 이때 필요한 글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찰에 가면 스님들께서 신발을 벗어 놓는 곳에 ‘조고각하’라는 말이 적혀있다고 한다. 이는 발밑을 살피듯 지금 그 자리를 잘 살펴보라는 의미이다. 이 글에서도 마지막에 우리가 숨가쁘게 살아가는 삶에서 잠시 멈춰 살펴봐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수행길에서는 불교와 관련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수행을 하는 방법, 밥을 먹는 방법 등 다양한 수행의 길을 소개하고 불교를 알리려고 하시는 마음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또한 불교의 교리를 배우는 것을 넘어서 이 시대에서 둘러봐야 할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담아 두었다. 불교가 낯선 사람이라면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겠지만 글이 대체적으로 짧은 편이고, 우리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어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것, 서로 입장이 다르다고 미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등 우리가 배워야 할 마음가짐도 담겨져 있다. 마지막에 우리 시대의 스승들에는 법정스님도 등장한다. 다른 분들도 훌륭하신 분들이지만 알고 있는 분이 나오셔서 유독 반가운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불교의 관점에서가 아닌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써 주변을 차분하게 둘러보며 적어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같은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차분한 시간을 갖기를 바라셨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또한 든다. 불교라는 종교를 떠나 세상을 돌아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 흥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