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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지금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쓰레기란 말입니다 ㅣ 일인칭 시리즈
트래쉬맨 지음, 조예리.권하빈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6월
평점 :
직장 생활을 하면서 빌런을 만나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때로는 바로 옆 사람이, 떄로는 누군가와 함께 느끼는 공공의 적이 늘상 있어왔다. 그런 빌런들을 총집합해서 사전을 하나 만들어도 좋겠단 생각을 종종했는데, 바로 이 책이 그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저 생각만 했을 수 많은 직장인의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느낌이 든다. 직장에 있는 갖은 빌런들을 총집합 출연시키는데, 읽다보면 혹시 나는 이런 빌런에 속하지는 않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빌런 중의 빌런은 역시 대표나 임원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관심이 많아도 문제 없어도 문제, 이러나저러나 저자의 말마따라 노예근성인 우리가 문제이다. 너무 얄미우면서 느끼한 캐릭터가 있다면 그 사람으로 인해 생기는 이익이 있어 말못하는 것도 어쩜 이리 똑같은지. 결정권자의 기분을 좌지우지 하는 느끼맨이 필요한 것은 어디에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이 책이 얇고 작다고 해서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이렇게 보여도 총 5가지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직장 도감, 현실 미생, 오피스 매너, 새삥의 고민, 직장 명심보감이다. 이 5가지 내용이 회사를 다니는 사람에게도 회사를 앞으로 다닐 사람에게도 큰 도움이 될 '사전' 같은 존재이다. 오피스 매너에서 '회사 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회사를 욕하려고 자리에 앉았는데 결국 그 회사를 다니고 있는 게 나이더라는 자조섞인 멘트가 마음에 와닿았다. 어떻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욕을 한다고 해결되지도 않는다. 물론 욕하면서 풀리는 사람도 있다. 담타 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저자의 마음이었을까. 자주 담배피기 위해 자리를 비우는 직원의 자리는 사장이 흡연실로 옮겼다는 결말이다.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고 네컷 만화 등으로 꾸려져 있어서 읽는 내내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온갖 빌런과 대처할 수 없이 허망한 상황 등을 아주 잘 담아내었다. 그래서인지 마지막에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이 정도면 이모티콘으로 해서 팔아도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구입하지 않을까. 여러 사람의 공감을 이미 얻은 책이라 그런지 내용이 전체적으로 공감하기에 딱 적절한 것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저자가 트래쉬맨이라 그런지 캐릭터 역시 쓰레기봉지를 형상화했는데 나름 귀여운 쓰봉이다. 약간은 담담하면서도 억울해 보이기도 하는 캐릭터가 직장 생활이자 노예 생활을 하는 우리를 표현하는 것 같다. 직장에 다니면서 빌런 때문에 머리가 너무 아픈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다른 빌런들을 구경하면서 그래도 그나마 내가 낫지 또는 나만큼 심한 사람도 없구나하며 나름의 위로를 받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