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내가 토슈즈를 신은 이유 - 미스티 코플랜드

내가 토슈즈를 신은 이유 - 미국 최고 발레단 ABT 최초의 흑인 수석 무용수 이야기
미스티 코플랜드 지음, 이현숙 옮김 / 동글디자인 / 2023년 6월

발레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또는 배우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아마 꼭 읽고 싶어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그래서인지 곧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읽을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미스티 코플랜드라는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어 검색해 봤는데, 예전에 읽었던 '발레리나 바디 프로젝트'라는 책의 저자이자 참여자였다. 얼마전에 책장에 꽂혀있는 것에 눈길이 갔는데, 아마도 이 책을 만나기 위한 준비가 아니었을까 한다. 이 책은 미스티 코플랜드의 일대기와 같다. 어린 시절부터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그녀가 발레를 만나서 최고의 발레단의 무용수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써내려간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 아빠가 여러 번 바뀌고, 매번 도망치듯 이사를 해야 하는 그녀의 삶은 남들이 보기에 불행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여러 명의 형제들과 하나가 되어 그 안에서 재미를 찾으며 지냈다. 그러다 어느 날, 댄서로서의 삶을 꿈꾸기 시작한다. 시작은 발레가 아닌 '댄스'였다. 댄스 동아리 같은 곳에 들어가기 위해 시험을 치르고, 그 곳의 장이 되기도 한다. 그러다 우연치 않게 추천받은 곳에 가게 되는 데, 바로 발레를 하는 곳이었다.

그녀가 발레를 처음 접했을 때는, 자기가 생각하는 '춤'과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수업을 참여하지도 않았고, 도망다니기 일쑤였다. 선생님의 여러차례 권유와 부모님게 전달해달라는 전언을(전부 무시했지만) 더이상 피할 수 없게 되었을 때였다. 학비도, 발레에 필요한 복장도 모두 장학금으로 지급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였을까. 그녀의 집으로 선생님이 전화를 하게 된다. 그녀는 엄마에게 발레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도 없고, 선생님께서 전하라는 말을 전한 적도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엄마의 흔쾌한 허락이었다. 그녀는 기억 못하는 어린 시절에 그녀는 튜튜를 입고 절대 벗지 않았다고 한다. 어쩌면 어린 시절부터 그녀는 발레와 관련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너 예전에 발레 좋아했어"라는 엄마의 말이 그녀를 발레의 세계로 이끌게 된다. 처음부터 타고난 유연성이 있었던 것 같다. 남들이 되지 않는 동작이 아주 쉽게 되고, 몇 달을 배워야 하는 것도 빠르게 습득해 나갔다고 한다. 그렇게 발레에 빠져들고 있을 때, 그녀에게도 절망의 순간이 찾아온다. 유색 피부를 가졌다는 이유로 대회에 참여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 그녀가 겪어야 할 인종 차별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집안 환경도 결코 유복하거나 편한 상황이 아니었고, 인종차별까지 있는 상황에서 그녀는 결국 성공한다. 그녀가 성공하기까지 참 많은 일이 있었지만 결코 굴하거나 물러서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극복해 나간다. 책 자체가 너무 흥미롭고 재미있어서 (특히 서술 방식이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예를 들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라는 것을 곳곳에 배치해 놓았다. 아마 후반부가 궁금한 사람들이라면 미리 '스포 아닌 스포'가 되는 문장들이 있으니 순차적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 읽게 된다. 꼭 발레에 관심이 없어도 이 책을 읽으면서 인종차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