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토종을 지키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 사라져가는 토종씨앗과 이를 지키는 농부들 삶
강희진 지음 / 렛츠북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토종씨앗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었나하고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우리가 그동안 사고 먹었던 감자, 배추, 콩 등 여러 가지 '종자'들은 과연 토종이었나를 따지면서 먹어본 적은 아예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저자는 이 종자들의 토종 씨앗을 찾으러 다니는 과정, 그리고 박물관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 한권으로 담아내었다. 왜 토종씨앗을 찾으러 다니는지 보다는 토종 씨앗을 찾으면서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꽤 재미있는 내용이었다. 토종 씨앗을 잘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 토종 씨앗과 그렇지 않은 씨앗을 본다고 해서 구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자 역시 토종을 알아보는 사람만 알아볼 수 있다는 말을 한다. 쥐눈이콩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다양한 종자, 다양한 토종을 찾으러 떠나게 된다.


이 책의 시작을 차지한 쥐눈이콩은 종자 씨앗을 나누는 분의 행동이 처음에는 의아하다. 한웅쿰씩 퍼주는 종자 씨앗들이 그가 이 씨앗을 잃어버리게 되었을 때 되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었다. 왜 나누어주는가에 대한 의문이었는데, 그 나누어줌이 결국 토종을 지키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제주도의 토종에 대한 이야기 중에는 감자에 대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포슬포슬한 감자의 종이 토종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우리에게는 입맛을 돌게 하는 종자이다. 어떻게 해서 감자가 제주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는지, 그리고 제주를 닮은 감자의 종이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져있다.


토종을 지킨다는 의미는 우리의 것을 오래도록 지킨다는 것, 원래의 것을 지킨다는 의미만을 가진 것은 아니다. 보리와 밀의 이야기에 나오는 것처럼 후천개벽하는 세상이 왔을 때 혼란을 잠재울 역할을 한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고 한다. 토종을 지킨다는 것이 중요한 일이기도 하지만 이것이 가진 의미를 우리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단순하게 물려 내려온, 혼종되지 않은 종자를 지킨다는 것만인지 아니면 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지까지도 말이다. 여러 가지 토종의 종자를 만나면서 어떤 것이 토종인지 지금도 구분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를 지켜낸다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이고 지금까지 이어온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언젠가 토종 씨앗을 만나게 된다면 알아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적어도 이러한 토종 씨앗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