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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노동 -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
데니스 뇌르마르크.아네르스 포그 옌센 지음, 이수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8월
평점 :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현재는 노동이 있는 사회이다. 노동이 없는 사회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노동이 있지만 그 노동이 진짜 노동인지 가짜 노동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사회, 그것이 지금의 사회이다. 이 책은 '노동'에 대한 고찰이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이 노동의 근원부터 앞으로 우리가 방향을 잡고 나아가야 할 '노동'에 이르기까지 노동의 과거와 미래를 한 번에 살펴볼 수 있다. 저자는 과거 노동에 대해 알려주는 것부터 이 책을 시작한다. 과거의 노동이라는 것은 몸을 쓰는 일이었다. 지금과 달리 노동자의 계급이라는 것은 아침에 나가 밤에 들어오는 일을 하며, 몸을 쓰고 더러운 일을 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다보니 몸을 쓰지 않고 사무실에 앉아 깔끔한 차림새로, (아침에 나갔던 깨끗한 손 그대로 돌아오는 노동) 노동을 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동경하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화이트 칼라의 시초가 아니었을까 한다. 이러한 깔끔함을 지향하는 노동이 과연 노동으로 인정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우리는 이 책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 미래를 예견하는 과거 거장의 학자들은 미래의 우리가 노동 시간이 현저히 줄어든 채 여가 생활을 즐기며 생활할 것이라 예측했다고 한다. 하지만 주 15시간이라는 노동 시간은 아직 도달하기에 너무 먼 목표이고, 여전히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노동 현장에서 보낸다. 물론, 진짜 노동을 하는지 가짜 노동을 하는지는 개인의 판단이다.
저자가 말하는 가짜 노동은 일을 하는 진짜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의 노동 시간이다. 과거의 노동은 몸을 쓰고 허투로 사용되는 시간이 없는 노동이며, 현재의 노동은 실제 노동 시간은 40시간은 커녕, 그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해진 노동 시간 안에서 우리는 노동이 아닌 가짜 노동을 수행하고 있다. 한 사례로 월요일 근무 시간 내에 가장 쇼핑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고 하니, 모두가 사무실에 나와서 모든 시간을 노동에만 힘쏟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미국 사례이지만 업무 시간에 딴 짓(?)을 하는 것이 시원하게 발각되거나, 본인의 노동 시간이 주어지는 월급에 비해 너무 현저히 작아 소송을 걸기도 하는 등 다양한 노동에 관한 나름의 도전이 있었다고 보인다. 우리는 이 가짜 노동에서 노동을 해야 하는 의미를 찾아야 하는데, 인간은 노동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시간을 결코 이겨내지 못한다고 한다. 그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도 엄청나다고 하니, 우리는 진짜 노동을 해야 할 시간이다.
이 책에서 제안하는 앞으로의 노동은 퇴근 시간에 눈치보지 않는 것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제목이지만 실현하기에 쉽지 않은 현실임에 살짝 막막하기는 하다. 퇴근하면서 무엇인가 핑계를 대지 않고 당당하게 '내 할 일을 다 했으니 퇴근한다'는 것이 당연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근무 시간은 꼭 주 5일이 아니어도 되며 5일 이하로 나와서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 동료의 눈총을 사는 일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의 가짜 노동에 대한 것을 기업에서도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할텐데, 언제쯤 우리가 거장들이 말한 진짜 노동 15시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이 책은 노동, 우리가 월급을 받기 위해 일터에 나가는 행위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던져준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진짜 노동을 하는 데에 드는 시간이 얼마가 되는지 다시금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회의가 느껴진다거나 무력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노동에 대한 갈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