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깃발의 세계사 - 팀 마셜

깃발의 세계사 - 왜 우리는 작은 천 조각에 목숨을 바치는가
팀 마샬 지음, 김승욱 옮김 / 푸른숲 / 2022년 1월

예전에는 만국기를 종종 봤던 기억이 있다. 요즘들어서는 만국기를 볼 일도 없고 깃발을 본다고 한다면 TV 화면속에서나 접할 때이다. 많은 국가들이 국기를 갖고 있는데, 간혹 아주 비슷한 모양을 갖고 있는 국기들이 있어 명확하게 알지 못할 때가 많았다. 깃발에 대한 상식도 쌓고, 그 안에 들어 있는 의미도 좀 알아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서 반전은, 깃발에 담긴 의미는 생각보다 무겁고 많은 사람들의 나름의 '의미'가 담겨있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이 깃발이라는 것은 단순한 깃발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목숨과도 같은 것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지금과는 다른 의미를 주는 깃발이었다. 이 책은 가장 먼저 성조기를 다루고 있다. 성조기의 별들이 가진 의미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별이 한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잘못된 방향을 바라본 적도 있었다고 하는데, 이는 정말 큰 결례가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깃발은 나치의 깃발이었다. 나치라는 단어에서 많이들 떠올리는 그 문양은 처음부터 나치만의 문양이 아니었다고 한다. 원래는 조금더 꼬리가 길고 더 다양한 모양을 갖고 있었다고 하며, 나치가 아닌 다른 곳에서도 많이 쓰였다고 한다. 그러다 지금에서는 강력하게 하나의 의미로만 보이지만 사실 종교적인 의미도 갖고 있는 모양이라고 한다. 그리고 남북한기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긴 분량은 아니지만 남북한기가 서로의 나라에서 휘날릴 수 없다는 것, 그로 인해 개최지를 옮기기도 했다는 것은 언젠가 들어본 이야기였던 듯 하지만, 다시금 새로웠다. 깃발이 가진 의미가 이렇게나 크고 무겁다니,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었다. 깃발에 대한 예의는 그 어느 국가가 다를 것 없이 정중하게 갖춘다. 야간에 게양할 수 없고, 야간에 게양하려면 조명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각 국가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갖춰야 하는 예의는 유사하다.

깃발은 단순히 한 국가를 상징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깃발의 모양이 변화되면서 그 나라의 역사도 함께 흘렀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아랍, 미국, 라틴 아메리카 등 여러 나라의 국기가 갖고 있는 의미를 보면서 깃발을 살펴볼 수 있도록 책 중간에 깃발이 실려있다. (그림을 보면서 읽어가면 생각보다 더 기억에 남고 재미있다) 여러 나라의 깃발이 가진 의미를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재미와 의미를 한 번에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