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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아내
세라 게일리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월
평점 :
'일회용 아내'라는 제목처럼 이 책의 내용은 종잡을 수 없는 결말을 향해 간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책 소개에서 나라는 복제인간과 바람을 피운다는 설정 때문이었다. 뭔가 큰 맥락만으로도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떄문이다. 시작은 복제인간이 아닌 '나'의 업적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시작된다. 그 자리에서 남편에 대한 질문을 받기 전까지, 약간은 긴장감이 있으면서도 분위기를 누리려고 노력하는 내가 있었다. 하지만 남편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서 이야기는 급속도로 진행된다. 매일같이 싸움을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묘사하는 부분에서, 왠지 알 수 없는 실제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말만 나오면 싸우거나 싸움이 또 다른 싸움이 되고, 잠결이나 되어야 싸우지 않는 모습 등 말이다. 하지만 이런 싸움 끝에 두 사람은 약혼을 하게 된다. 매일 같은 싸움, 그 속에서 주인공의 남편은 지쳐갔던 것으로 설명된다. 그러지 않고서는 그녀를 닮은 복제인간과 바람이 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나를 닮은, 어쩌면 전혀 내가 갖지 않은 면만 잔뜩 갖고 있는 이 복제 인간을 마주했을 떄는, 그녀가 임신했을 떄였다. 복제 인간의 매뉴얼에는 임신이라는 것은 없는데, 어쩐 일인지 그녀는 주인공이 하지 못한 일을 해낸다. 그녀와의 첫 만남에서 독한 말을 쏟아붓고 집에 돌아온 후, 복제인간으로부터 연락을 받게 된다. 진짜 사건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복제인간과의 기묘한 생활, 복제인간을 죽일 수도 같이 살 수도 없는 상황에 놓인 그녀가 마지막에 선택한 것은 무엇일지 끝까지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었다. 읽으면서 결말은 이렇게 흘러갈거야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방향을 휙휙 틀어나가는 것에서 더욱 이 책을 놓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스릴있지만 잔인하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감정적인 부분을 많이 건드리지 않는, 적당하게 흥미로운 주제를 가진 소설이었다.
판타지 같은 느낌을 많이 덜어낸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무척 마음에 들었다. 현실과 너무 명확하게 구분되는 판타지는 그만의 매력이 있기는 하지만, 너무 동떨어진 느낌을 주는 것이 낯설 때가 있기 때문이다. 아직 실현되지 않은 복제인간에 대한 이야기지만, 나라는 사람과 닮았지만 전혀 다른 모습을 가진 복제인간을 보게 된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라는 복제인간과 바람 피우는 설정에 혹하는 사람이 또 있다면 이 책이 무척 재미있게 느껴질 것이다. 예상한 결말과는 정 반대로 흘러간다는 것은, 잊지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