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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혹하는 이유 - 사회심리학이 조목조목 가르쳐주는 개소리 탐지의 정석
존 페트로첼리 지음, 안기순 옮김 / 오월구일 / 2021년 12월
평점 :
'개소리'라고 명명된 우리가 혹하는 이유와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의 시원시원한 화법이 이 책이 가진 강점이 아닐까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 번역을 그렇게 하기도 했지만 책 속에서 '개소리'를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 내용이 얼마나 될 것인가. 원문에는 어떤 단어로 쓰여있었을지 궁금하단 생각으 들었다. 저자의 시작은 우리가 고급진 음료(?)라고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인 와인에서 부터이다. 와인은 고급 와인과 저렴한 와인으로 나누어 진다. 물론 그 안에서 더 많은 종류와 수 많은 생산지들이 있을 테지만, 전문가가 아닌 이상 맛도 의미도 모두 기억하기는 힘들다. 여기서 우리가 개소리에 혹하는 이유가 등장하는데, 바로 와인에 대한 평가이다. 와인을 먹을 일이 많지는 않지만 누군가가 마신 와인에 대한 평가가 아주 고급지다면, 그 와인은 고급스러운 와인, 또는 비싼 와인으로 평가 받는다. 그렇지 않고 접근하기 수월한 가격에 별 뜻 없이 사먹어도 부담 없는 와인이라면 고급스럽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저자의 실험에서는 같은 화이트 와인임에도 불구하고 색소를 첨가한 레드색을 띠는 화이트 와인에 대한 평가가 레드 와인의 평가와 같았다고 한다. 더불어 고급진 와인과 저렴한 와인에 대한 평가를 하는 단어는 서로 격차가 있다고 하는데, 뭔가 조금 더 친숙한 의미를 가진 단어는 저렴한 와인에, 고급지고 남들이 사용하지 않는 신조어들은 고급진 와인에 붙는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이 개소리에 현혹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소리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누구보다 친화형인 사람들이 이 개소리에 대한 방어 기제가 없다고 한다. 또한 남을 잘 못 믿는 사람이 개소리에 쉽게 넘어간다고 한다. 개소리의 영역은 꽤 돌발적이며 당혹스럽다. 이러한 개소리를 제대로 막아서기 위해서는 우리가 제대로 된 질문을 해야 한다고 한다. 바로 "왜?"라는 질문이 아닌 "어떻게?"라는 질문이라고 한다. 개소리를 하는 사람에게 "왜"라는 질문은 곧 그 개소리에 대한 근거를 만들어주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어떻게"라는 질문은 개소리에 대한 빠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이 개소리가 만들어지는 계기는 누군가의 보는 눈이 없다거나 자신의 위치가 다른 사람보다 좀 더 높은 곳에 있다거나 등의 상황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그로 인해 우리는 개소리를 한 번씩은 듣게 되는데 와인의 사례처럼(또는 MBTI 사례처럼) 개소리에 혹하지 않으려면 제대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상황에 대해서 "왜"라고 묻거나 "어떻게"라고 묻지도 않고 받아들일 때가 많다. 그 받아들이는 것들 중에 대부분이 개소리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이 책은 그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게 설명해 주고 있다. 우리가 살면서 얼마나 많은 개소리를 들어왔을지, 그리고 앞으로도 들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자신 스스로가 잘 현혹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서 판단 기준을 세워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개소리에서 벗어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