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떠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로렌 허프 지음, 정해영 옮김 / ㅁ(미음) / 2021년 12월
평점 :
제목을 떠오르지 않을만큼 내용이 너무나 촘촘하고 휘몰아치는 대사들이 쏟아진다. 책을 덮고나서야 이 책의 제목이 '떠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는 것이란 걸 다시금 눈으로 확인하게 되었고, 그 의미를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여성이었다. 초반에는 여성인지 남성인지 모를 흐름으로 지나가지만 중간중간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있다. 키는 무려 180cm로 보통 여성의 신체 조건보다는 월등하게 우월하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군에 복무하고 있었고 그에게 일어나는 첫번째 사건은 우연일거라 치부하며 넘겨버린 메모로부터 시작된다. 상사의 아이를 돌보게 되었던 그날, 그동안 자신의 주변에서 맴돌았던 메시지를 왜 무시했는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상사의 아이를 재우고 자신만의 조용한 시간을 갖기 위한 찰나, 그녀의 차에 불이난다. 차는 상사의 차고 바로 옆에 있었고 집과 너무 가까웠다. 개들이 짖어대는 덕에 알아차렸지만 그 긴박한 상황에서 뒷문으로 나가야 할 아이가 앞문으로 나가려 한다. 이 문장들의 숨막히는 전개만으로도 그 순간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했다.
그녀의 삶은 여기서부터 마지막까지 순탄하지는 않다. 그녀가 가진 비밀로 인해 갖고 있던 직업을 계속 바꿔야 했고, 그 안에서 작고 큰 일이 일어났다. 마지막에서야 그녀의 이야기가 갖고 있는 방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인생에 대한 이야기, 내 삶에 대한 이야기였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우리의 인생을 말하고 있었다. 쳇바퀴처럼 흘러가는 목적없는 (어쩌면 목적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출퇴근, 그리고 그로 인해 파생하는 무수한 많은 것들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툭하니 던진다. 그녀의 이야기는 숨가뻤지만 평범하면서도 낯설지 않았다. 그녀의 이야기이자, 어쩌면 다를 바 없는 우리의 이야기였을 수 있으니 말이다. 각각의 에세이 속에서 충분히 빛남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가 이 책을 읽어야겠다 고민을 한다면 고민의 시간을 줄여주고 싶다. 한 번쯤은 읽어보면 좋을, 그리고 어쩌면 읽고나서 다시 한 번 읽고 싶어질 책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이 무거워지고 있다면 그래서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에 서있단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이 많은 위안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