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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공무원의 우울 - 오늘도 나는 상처받은 어린 나를 위로한다
정유라 지음 / 크루 / 2021년 11월
평점 :
어떤 이야기가 실려있을지 무척 궁금한 제목이었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으로 인한 우울일까, 아니면 자신에 대한 이야기일까 등의 상상을 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저자의 어두운 면을 세세하게 들여다보면서 그의 감정에 대한 이해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에 공무원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조금씩 등장한다. 공무원이라서 우울해진 것이 아니라 우울했던 시절에 공무원이라는 한 챕터가 끼어들기를 했다. 그런데 그 끼어들기 역시 행복한 과정이나 결말을 가져오지는 못해 보였다. 물론 지금의 저자는 우울의 감정에서 조금은 벗어나 보이는 마지막 페이지였으나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만으로도 조금 나아진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남동생과 저자, 그 두 사람의 부모님, 그리고 저자의 오래된 연인은 이 책의 내용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등장인물이다. 특히 엄마가 툭툭 등장하는 장면마다 굉장히 오랜 여운을 남겼다. 저자의 개인적인 에세이로 쓰여진 책이지만 왠지 개인적인 에세이를 넘어서는 느낌이 지속적으로 들었다. 잘 쓴 글이라는 말이다.
이 책을 통해서, 그리고 저자를 통해서 공무원이라는 조직에서 발생했던 문제, 가정사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어려웠고 힘들었던 그 시절을 죽음이 아닌 삶으로 버티고 있는 저자에게 그저 희망이 가득하길 바라는 시간이 되었다. 그래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주변의 존재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의 삶을 너무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것 같아서 이래도 되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결국은 저자를 응원하고 나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누군가의 우울이 누군가에게는 공감을, 누군가에게는 의지를 줄 수 있다는 것에 저자의 책은 누군가와 저자를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무원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길 생각하면서 읽었다면 조금은 아쉬움이 남을 수 있었겠지만, 적어도 얻는 것이 많은 페이지, 감정에 대한 느낌을 다시금 살리는 내용들이었다.
<이담북스 서포터즈로 제공 받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