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갖고 싶다
전혜진 지음 / 비즈토크북(Biz Talk Book)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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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잔잔한 이야기가 듬뿍 담긴 책을 만난 기분이다. 잔잔한 이야기 속에, 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멍 함, 하지만 그 속에서 깨달음이 있고 공감이 있는 잔뜩 든 이 책이 너무 마음에 드는 시간이었다. 제목에서 오롯하게 느껴지는 그 기분, 당신이 지금 느끼는 그 감정이 바로 이 책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의미를 갖고 있으면서도,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면서도, 우리가 지나치거나 당면하거나 하는 문제들 속에서 이런 의미를 만나면서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던.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는 감정 말이다. 저자는 참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 것 아닌 감정이나 욕구들을 표현하는 동사를 나열하고 그에 맞는 이야기들을 엮어나갔다. 열망하다, 넘어서다, 가지다, 여행하다 등 여러 가지 감정과 욕구들이 등장한다. 어떻게 이 감정에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놀라운 순간들이 가득한 책이었다.


누군가를 이해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것은 저자의 이야기를 읽기 전에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저자가 풀어낸 이야기를 읽으면서 다시금 깨달았다. 타인을 향한 이해는 결코 쉬운일이 아니라는 것을. 마치 천사같던 누나가 자신이 바람을 피워 이혼했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에게 어떤 방식으로 그녀를 이해시켜야 할지, 저자는 참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 이해가 굉장히 합리적이면서도 타당한 느낌을 받게 하는 것 역시 저자의 몫이자 역할이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비난하기에 앞서 상황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지고, 결국 그를 향한 이해로 뻗어나가게 된다. 이러한 감정과 욕구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누군가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 책 그대로가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출발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들, 타인으로 인한 상처, 누군가로 인한 기쁨 등 여러 가지 감정을 가지고 우리는 살아간다. 그 감정에 대해 꾹꾹 눌러 쓴 것 같은 저자의 이야기들은 감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만들었다. 자세한 설명보다는 그저 차분하게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마음 속에 일렁이는 감정들을 한 번 들여다 보면 좋겠다는 추천을 해 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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