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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 경성 모던라이프 - 경성 사계절의 일상
오숙진 지음 / 이야기나무 / 2021년 9월
평점 :
당시를 살아가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1930년대를 계절별로 설명하는 이 책은, 낯선 지명 그 속에서 현재의 모습을 찾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만 접하던 모던걸, 모던보이의 시대, 경성 그곳은 낯설면서도 낯익은 모습을 갖고 있었다. 저자는 계절별로 나누어 경성의 곳곳을 소개하는데, 이 소개자가 바로 방정환 선생님의 은파리가 아닌 금파리이다. 금파리의 존재가 그리 크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누군가의 소개에 이끌려 이곳저곳 그림으로, 글로 탐색하는 기분은 마치 여행준비를 하는 느낌도 들었다. 당시의 모습을 어디서 이렇게 자세히 살펴볼 수 있겠는가 싶은 마음으로 그림도, 글도 그 어느 하나 놓칠 수 없었다. 지금도 설렁탕은 뜨끈한 국물로 우리를 위로하지만 이 떄에도 그랬다. 지금과는 조금 다르게 냄새가 나거나 거친 고추가루를 사용하는 등 사람들이 피할 것 같은 조건을 가지고 있었지만 한 그릇 뜨끈하게 내온 설렁탕 앞에서 모두가 무장해제 되었다고 한다. 이 설렁탕을 먹은 상은, 식탁이라고 할 수 없는 절로 머리가 숙여지고 배가 납작 붙는 그런 높이의 상이었다고 한다. 글만으로도 상상이 되는데 그림으로 다시 한 번 볼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당시에는 책이 지금처럼 흔한 존재는 아니었다고 한다. 돈의 단위가 달라 그 정도가 얼마인지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비싼 존재의 책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도서관이 인기가 좋았는데 이야기를 전하는 '금파리' 역시 조용한 그곳을 빨리 나와야 한다고 표현되어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도서관은 '정숙'인 모양이다. 빙수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빙'이라고 쓰여있는 글자가 있는 곳에서 슥슥 얼음을 갈아 시원하게 먹었다고 한다. 지금도 오래된 빙수집들이 종종 보이는데, 그런 빙수집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잠시 생각에 잠기게 했다. 영화 속에서나 볼법한 아편굴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지금은 그런 곳이 없지만 당시에는 이상한 냄새를 풍기는 사람이 있었고, 그런 사람이 바로 아편을 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모두가 누워 기를 쓰고 아편을 했다고 하니, 그림만으로도 충분한 이해가 되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경성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전차라든가, 다방 등의 모습도 살펴볼 수 있었고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개화기, 경성, 일본 등 여러 가지의 키워드가 섞인 이 시대에 어느 날인가 머리를 자르고 나타난 마님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이 책에서도 소개되지만 시대를 받아들이는 모습이 제각기 달랐던 것은 아닐까, 여전히 전통 의복을 고집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고,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공존했던 시대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인지 특히 더 매력적인 이 1930년대를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면 (그림보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 충분한 모던 라이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